연임된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인터뷰
문화로 씨 뿌리고 관광으로 거둬들이는 협업행정 중요
청주 사랑·술친구도 많이 생겨…"떠날때 눈물나게 살 것"

김호일 사무총장.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그동안 시민중심, 지역중심, 문화중심을 역설해 온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지흥재단 사무총장이 재단 최초로 연임돼 이번달 8일부터 제6대 사무총장으로서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2014년 12월 사무총장으로 취임해 내홍을 겪던 재단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지난해 제9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등 굵직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2월 4일이 정확히 재단 근무 2년이 되는 날이라는 그를 만나 내년에 개최되는 제10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등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2년간 생활하면서 이제 청주를 많이 알게 되었을텐데 '지역'에 방점을 찍는 시대에 청주의 문화예술이 어떻게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문화와 예술과 관광이 함께 가야한다. 청주는 대부분의 관광지가 조상이 만들어놓은 것들을 활용하는 단계에 있다. 그래서 궁색한 면이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문화행정 따로, 관광행정 따로가 개선돼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청주에 왔을 당시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이 막바지에 있었다. 문화로 씨를 뿌리고 관광으로 거둬드릴 수 있는 굉장히 좋은 프로젝트였는데 협업이 안돼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청주에서 2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문화의 결실을 관광으로 맺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관광산업에 활력을 넣는 형태의 문화가 주관심사이다. 재단의 사업도 관광도시 쪽으로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다.

▶그동안 국내외 무대에서 쌓은 풍부한 국제적인 감각과 인적 전문가 네트워크를 우리 지역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헐리우드 스필버그 감독이나 랜드마크사 토니 크리스토퍼 회장 등 첨단테마파크를 만들어내는 유니버설 스튜디오팀과 디즈니팀을 서울, 경기, 에버랜드, 서울랜드에 연결시키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공조직은 민간기업과 달리 시스템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사실 좀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 또 내가 2년 전 취임 당시 재단이 10년이 넘은 조직이긴 하나 다시 출발점에 서있는 상태였다. 이제 재단이 70%는 정상화 됐고 30%는 전문가집단으로 우뚝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앞으로의 2년은 나도 소신 가지고 내 색깔을 녹여낼 작정이다.

▶시민들과 지역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관심은 내년 제10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이다.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지난 9회, 총 18년 동안 비엔날레를 개최해 오면서 숙명처럼 따라다니던 '그들만의 축제'라는 꼬리표를 자르고 '국제성'과 '지역성'을 잡을 생각이다. 85만 청주시민들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우리 도시의 자랑거리다"라는 자부심을 갖게 할 것이다. 재단의 수장 자리에서 진정으로 청주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했다. 결론은 공예비엔날레가 현재에 오기까지 장소만 청주였지 핵심 플래너, 핵심 크리에이터는 외지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10회 공예비엔날레는 'Made in 청주'를 키워드로 기술감독을 제외한 음악, 미술, 공연, 문학, 건축 각 분야 2명씩 총 12명의 지역 문화예술계 공동감독이 참여하는 '디렉터스 라운드 테이블'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전문가 안에서의 한목소리와 공감대 형성이라는 획을 긋고 갈 생각이다. 그렇게 청주사람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 방식은 부산도, 광주도, 상하이도, 베니스비엔날레도 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이 방식을 타 시도가 분명히 벤치마킹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내년 제10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에 있어 크게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매 10회는 한번 쉬어가야할 터닝포인트이다. 오던 길을 멈추고 현재의 위치를 재고해 봐야 한다. 따라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보여주면서 세계와 공존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은 한회 쉬고 그 대신 그동안 비엔날레의 빛이 된 '공로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초대국가전' 대신 '세계관'을 열 것이다. '국제'라는 명칭 대신 '세계'를 쓰는 이유는 행위로서의 진정한 공예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12개국 참가가 목표인데 현재 영국, 스위스, 일본, 중국 등 8개국의 참가를 확정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동안 각 나라 공예협회와의 업무추진에서 벗어나 한국에 있는 각국 대사관과 문화원을 통하다 보니 예기지 않은 사업기금 지원과 각국 대사가 비엔날레에 초청되는 성과들을 얻고 있다.

▶전시 구성이나 내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전처럼 옛 연초제조창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비엔날레의 메인전시인 '기획전'에서는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공예의 예술성과 대중성', 즉 '공예의 새로운 공존'을 말한다. 2층에서는 건물의 벽면, 천정, 기둥 등 모든 요소를 활용해 '공예는 자연에서 온다'는 미디어 아트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나무-책-공예', '흙-도자기- 공예'를 통해 공예의 본질과 쓰임을 전달한다. 또 3층에서는 '동양-리빙(거실)', '서양-다이닝(부엌)'을 주제로 공예트랜드를 풀어내는데, 이 공간은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가지고 있는 30, 40, 50대 여성이 공예에 관심을 가져야 공예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의 접근이기도 하다.

▶지난 8일 '청주 전통공예문화예술촌' 조성사업이 청주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는데, 기존 청주시의 공예산업 육성 방안과 어떤 차별성을 가진다고 보는지.

-청주공예촌은 한마디로 청주국제공항을 한류전용공항으로 특화하는 공예관광촌이다. 청주를 찾은 외국인들이 최소 2박3일을 머물 수 있게 그들의 발걸음을 잡는 체류형 공간으로, 일반 취미 공예가가 아니라 명장, 명인 중심의 교육, 체험, 전시, 판매가 이루어지는 관광형이라는데 차별성이 있다. 또 청주시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으며 '옛 연초제조창내 공예클러스터'와 '공예디자인 창조벨트 조성'과도 중복투자가 없는 별도의 프로젝트이다. 현대공예와 전통공예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 보여준 청주문화재단과 충북문화재단과 소통과 협업도 주변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청주가 충북이고, 충북이 청주이기 때문에 당연히 함께 손잡고 가야한다. 다행히 김경식 대표이사와 벽이 없어 "문화로 통합하자"며 의기투합하고 있다. 두 재단의 협업으로 올해 5월과 10월에 옛 연초제조창 광장에서 보여준 '보름달 뜨면 1탄과 2탄'의 후속 프로그램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2년간의 연임을 통해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지.

-한번 더 기회를 주신 2년은 소신껏 일할 것이다. 청주에 인기를 얻으려고 온 것도 아니고 박수 받으러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2020년 대한민국 5대 문화도시 청주'를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 새로운 임기동안 문화재단의 비전을 '문화로 지역통합', '문화로 도시재생', '문화로 국제도시', '문화로 관광도시'로 선포하고 착실하게 추진할 것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2년을 살면서 청주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도, 술친구도 많이 생겼다는 김 총장은 "무심천과 대청댐을 걸어보고 상당산성도 오르며 내 작은 능력이라도 다 내려놓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청주를 떠날 때 눈물날 수 있는 진정한 청주사람으로 살 것"이라고 말했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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