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한해가 지나면 늘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지만 올해는 어두운 전망이 국민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조기대선으로 이르면 상반기에 국가리더십이 바뀌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다.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경제는 각종 악재가 층층이 쌓여있다. 국제정세는 불확실을 넘어 '초불확실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안개 속을 헤맬 가능성이 높다. 경제·안보 전문가들은 늘 '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올해만큼 이를 실감할 수 있는 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해 전망이 어둡다고 해도 앞으로 나아갈 길은 올바르게 찾아야 한다. 국가의 역량, 국민들의 저력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발휘된다.

이를 위해 우선 정치권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 첫 걸음은 역사적인 개헌특위의 출범을 통해 국가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국민 51%의 지지를 받았어도 100% 이상의 권력을 행사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겠다고 한다. '박근혜 게이트'는 그 실체적 증거다. 국가혼란과 국정마비가 낳은 충격파는 매우 크다. '분권'은 그래서 필요하다. 권력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통치만 있고 협치는 발붙이지 못한다.

하지만 중앙집권체제 내의 권력분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손을 댈게 있다. 개헌이 추진된다면 '지방분권'도 명문화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중앙집권체제의 불공평과 비효율로 올바른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중앙집권은 수도권집중을 초래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현격한 격차로 지역불균형을 낳았다. 권한과 다양한 자원을 독점한 중앙정부는 무능하고 상대적으로 빈약한 지방자치단체는 무기력하다. 이런 여건에서 국가운영시스템은 비효율적이고 지자체는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다.

선진 복지국가들은 대부분 보육 양로 의료 교육 등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자치분권이 정착 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발굴, 이를 시행하기 위해 자치단체가 규칙(조례)을 만들려고 해도 그것이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하는 법령의 범위를 벗어나면 추진할 수 없다. 지방정부가 자치입법권 자주재정권 자치행정권을 가져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선진국 복지국가들이 분권이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프랑스는 헌법 1조에 국가조직은 분권화에 기초한다고 명문화했고 이탈리아 등은 포괄적 지방자치권과 보충적 국가개입을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지방분권형 국가라는 점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방의 권리 찾기며 지방분권형 개헌의 시작이다. 지방정부에 입법권과 재정권, 행정권을 부여하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역별로 각자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발전계획을 세워 지역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여러 광역자치단체가 신년사에서 돈과 권력을 국민에게 나누고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삶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맞는 말이다. 힘 있는 지방분권이야 말로 풀뿌리민주주의가 확실히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소중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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