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

반기문 前 사무총장이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예상한대로 반대세력과 언론으로부터 수많은 논란과 의혹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국내외 법적 자격 문제와 무능한 최악의 사무총장이라는 세계 유수 언론의 악평은 이전부터 줄곧 논란이 되어 왔던 것이다. 또한 최근에 봇물처럼 제기되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 아들 특혜 채용, 친인척 사기, 이단적 종교단체 연루 등의 의혹도, 명확히 따지면 반 총장에 대한 예우와 국익 차원에서 그동안 묻혀 있던 것일 뿐, 과거지사다. 물론 이러한 수많은 의혹이 흠집내기식 음해에 불과할 수도 있다.

투표 패턴 중 하나로 '회고적/전망적' 분류기준이 있다. 해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나 정당을 선택시 그들의 과거의 행보와 실적을 평가하는데 주안점을 두느냐, 시대환경의 변화나 미래에의 기대에 주안점을 두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흔히 논란되고 '관료·사무총장'으로서의 반 총장의 '개인적·법적·회고적(과거)' 문제를 더 거론하고 싶지 않다. 어차지 더 거론해 보았자, 사족이고 명쾌한 진실을 규명할 수도 없다. 그 보다는 '정치인·대통령'으로서의 반 총장의 '국가적·정치적·전망적(미래)' 문제를 이야기 해보고 싶다.

지난 해 우리 정치는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 매주 1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고, 국회는 압도적 다수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2017년의 시대정신은 바로 촛불과 탄핵에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반 총장은 이러한 시대정신에 부합할까? 그동안의 반 총장의 언행(예컨대 유신시대의 새마을운동과 박근혜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극찬, 국제무대에서 박 대통령과의 유대 과시 등)으로 추론할 수 있는 그의 정치적 포지션은 '보수' 그것도 '구(舊)보수'에 가깝다는 점에(비록 친박은 아닐지라도), 거의 모든 정치평론가들이 동의한다. 그러나 촛불과 탄핵의 시대정신은, 구보수는 새로운 시대를 추동하기는커녕 구악(舊惡)으로 폐기의 대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를 친박·늙은 보수·구보수라고 하는 것은 정치권과 언론에 의하여 작출된 단순한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반박할 수 있다. 맞다! 그는 실제 친박도 구보수도 심지어 보수도 아닐 수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쩌면 그는 정치철학 자체를 고민해본 적도, 미래의 국가비전을 그려본 적도 없을지 모른다. '관료는 영혼 없는 조직'이라는 말처럼, 대부분을 외교관료로 보낸 그는 정치적 이상과 지향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세계 유수 언론이 이미 지적했던 것처럼 실제 그는 세계 리더인 사무총장 시절에도 어떠한 투철한 정치철학이나 신념을 내보인 적이 없다.

최용현 변호사

물론 다가오는 시대정신에 역행해도, 명확한 정치철학과 국가비전을 갖지 않아도 그럭저럭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촛불과 탄핵이라는 역사적 혁명의 결과치고는 너무나 비참하고, 최고위직의 정치적 리더라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 중요한 정치적 선택의 시기마다 다시 꺼내 읽는 정치고전이 있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다. 베버를 진정한 리더는 사회정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현실의 사회경제적 모순과 질곡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이러한 비참한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불굴의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비단 반 총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맞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영광을 위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넘쳐 난다. 그들 중 촛불과 탄핵의 시대정신을 대변하고 그에 어긋나는 현실의 부정의와 불평등을 과감히 혁신하고자 하는 이상·판단력·집념을 가진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