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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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저출산시대에 한쪽에선 금쪽같이 소중한 신생아가 버려지고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생명을 내친 사람은 바로 아이의 엄마다. 철없는 엄마와 비정한 세태가 낳은 비극적인 현실이다.

지난 2일 충북 청주에서 20대 산모가 4년간 출산한 세 아기를 모두 버리고 달아났다. 이 산모가 버린 두 아이는 다른 가정에 입양됐고, 최근에 버린 아기는 보육원에 맡겨졌다. 이 여성은 10대 때도 아이 둘을 출산했으나 역시 친부나 위탁기관에 보냈다.

그동안 모두 다섯 명의 자녀를 출산했지만 정작 본인의 손으로 제대로 키운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한 달 전에도 역시 청주의 모아파트에서 여고생이 유아사체유기혐의로 입건됐다. 이는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문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영아(?兒) 유기(遺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일부 젊은 여성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생명과 인륜의 소중한 의미가 점점 퇴색해 가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또 미혼모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취업난으로 경제력을 상실한 젊은이들의 충동적인 행위도 원인이다.

신생아를 두고 방치하거나 태어나자마자 숨진 아이를 버리는 사례는 뜻밖에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전국적으로 영아 유기 사건은 2011이후 5년간 608건에 달했다. 2016년에는 109건(잠정)이 발생했다. 매년 100명의 아이들이 친부모에게 버림받는 것이다. 미혼의 여성들이 원치 않은 출산을 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또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유기하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현상은 생명의 숭고한 가치를 소홀히 하는 교육현장의 인성교육에도 문제가 있지만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이들을 돕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층의 동거가 흔한 서구사회에서는 미혼모라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직장을 잡기도 힘들다. 저출산이 국가적인 현안인 나라에서 신생아 유기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도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인 초(超)저출산국가의 경계선에 있다. 합계출산율이 1.3명이면 한 가정의 자녀수가 대부분 1명 정도다. 초저출산으로 인해 국가는 잠재성장률 하락, 재정건전성 악화, 연금에 대한 국민 부담 가중, 기업은 노동력 부족을 유발하는 등 한국경제에 총체적 문제다.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공조체제를 갖춰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무엇보다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혼인 외 출생자 비중은 2.1%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선 36.3%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출산장려를 위해 미혼모에 대한 지원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결국 신생아 유기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개선과 지자체가 나서서 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시스템을 발굴하고 작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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