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이 열리는 가운데, 피청구인측 서석구 변호사가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 뉴시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임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들을 보면 이런 인물들이 이제껏 권부의 핵심인 청와대에서 국가를 통치해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변명, 잠적, 궤변으로 일관하며 탄핵심판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뻔뻔스런 행태를 보였다. 또 대한민국의 정치문화를 3류로 추락시켰다. 박 대통령은 기습적으로 이뤄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적인 공분(公憤)을 일으킨 잘못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자기합리화와 변명만 잔뜩 늘어놓았다. 증인으로 채택된 박 대통령 측근과 청와대 비서관들은 아예 무더기로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잠적까지 했다. 출석요구서가 전달되지 않으면 불출석해도 강제구인이나 징역 또는 벌금형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나마 참석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더 황당한 것은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주장하는 상식이하의 궤변이다. 서석구 변호사는 5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로 주장하고 있는 촛불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국회탄핵을 전후해 매 주말마다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촛불을 밝혔다. 그리고 그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동의했다. 최근 한국신문협회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4.8%가 대통령탄핵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가 민심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민심인가. 서 변호사는 또 "소크라테스와 예수도 다수결 때문에 사형되고 십자가를 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민중총궐기는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말도 했다. 변호사라는 사람이 권력형 비리와 국정혼란의 주인공을 소크라테스·예수와 비교했다면 정상적인 사고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헌재로 부터 "쟁점을 흐리지 말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무조건 잘못이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최순실과 민심을 왜곡하고 탄핵심판을 방해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보면 탄핵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입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2차 사과발표에서 한 "특검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말도 거짓이다. 탄핵심판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면 지금은 납작 엎드리고 있는 친박 지지세력들이 결집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법리보다는 이념대립으로 비화시켜 정치싸움으로 변질시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대통령 국정공백이 장기화될 수록 국가리더십 실종으로 국정혼란은 심화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정치권은 조기대선과 맞물려 정쟁과 이합집산에 몰두하고 있어 경제·안보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민생고(民生苦)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이다. 박 대통령과 측근들에게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박 대통령은 끊임없는 거짓과 변명으로 국가지도자로서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의 상식과 품격을 스스로 저버렸다. 헌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이 사법처리 될 수 있도록 탄핵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박 대통령이 법 앞에는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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