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배경환 변호사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사건이 도마에 오른 지도 벌써 수개월이 지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어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이 시작된지도 어언 2개월이 다 되었다. 미국에선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여만에 벌써 공공연하게 탄핵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잘 실현되고 있고, 대통령제가 이상적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미국에서조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언급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광화문에서 백만 촛불이 타 오를 때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잘못을 시인하며 특검 조사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하였다. 국회에서는 신속하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부의하여 압도적으로 가결시켰고, 헌법 재판소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집중심리방식으로 신속히 심리를 하여 결정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 당시만 해도 국민대다수는 박 대통령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여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줄 것으로 믿었고, 대통령권한대행은 차기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으로 믿었고, 헌법재판은 순리대로 잘 진행이 되어 예정된 일정에 선고될 것으로 믿었고, 국정 농단의 주범들은 모두 재판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것으로 믿었다. 국민대다수는 성숙한 법치주의가 실현되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이 중차대한 문제가 합리적이고 슬기롭게 해결될 것을 기대하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여러 정황을 보면 국민들은 또 다시 속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다. 대통령은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으로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인터넷언론을 통하여 자기뿐 아니라 조윤선 전 장관 등 블랙리스트사건으로 구속이 된 사람들이 억울함까지 호소하면서 사리에 맞지 않게 변명하고 있다.

억울함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여 억울함을 밝히면 될 것이나, 청와대는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의 현실인식과 태도를 보면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안중에 둔 발언은 단 한 차례도 없는 것 같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통령권한대행의 행보도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물가는 치솟아 서민들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임에도 정부에서는 특별한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국, 중국,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최고지도자들이 뛰고 있지만 황교안 대행은 매우 어렵고 위중한 시기임에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최근 차기 대선후보로 인지도와 지지율이 상승하자 국민의 안위보다는 잿밥에만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들게 한다. 최순실은 특검에 출석 하면서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라고 외쳤고, 조사과정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에 더하여 의료농단과 관련된 뇌물죄로 최근 구속이 된 김영재 원장의 처 박채윤도 취재 중인 기자들을 향하여 묻지도 않은 말을 해 대면서 특검의 수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배경환 변호사

구속이 된 사람들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생각은 하지 않고 재판을 정치화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수사나 재판에서 진술권이나 진술거부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고 이것이 보장되는 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태를 보면 가도 너무 갔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하나 반성하는 사람이 없으니 답답한 것은 국민이다. 수개월이 지나면서 국민들은 지치고 피로감을 호소한다. 그나마 꿋꿋이 수사에 매진하고 있는 특검과 가급적 약속한 일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헌법재판소가 불편한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입춘이 지났지만 춘래불사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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