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 ③. 방역 인력 증원·전문성 확보 '열쇠'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한인섭·김정하기자] 2016년 발생한 충북 음성 맹동면 조류 인플루엔자에 이어 2017년 보은 구제역을 계기로 지자체 방역 전담 조직 운영 실태를 점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1934년 이후 잠잠했던 구제역이 지난 2000년 3월 66년만에 재발한 이후 충북을 비롯한 전국에서 17년째 빈발하고 있으나, 여전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축방역 분야 전문가들은 전문성 확보와 인력 증원, 일부 조직에 대한 분리·통합 등 조직개편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충북도 축산위생연구소에 따르면 110명 안팎의 전체 직원 가운데 종축시험장 16명을 제외한 순수한 방역·검사 인원은 78명(병역 의무 수행 공중방역수의사 포함)에 불과하다. 이 중 팀장급 이상 관리자(수의사무관·수의연구관)와 상근일용직을 제외한 방역·검사 전문인력은 대략 73명 정도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축산물검사업무 종사자 42명을 제외하면 방역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수의사(연구직 포함)는 지소(중부·남부·북부·음성축산물검사소)와 공중방역수의사를 포함하더라도 31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공중방역수의사 11명을 제외하면 방역전문 수의사 20명이 AI와 구제역 등 충북 전체에 대한 가축방역을 담당해야 한다. 조직 전체 인원의 30% 안되는 인원이 방역을 전담하는 꼴 이다.

방역관 자료사진 / 뉴시스

지난 5일 마로면 관기리 농장을 시작으로 7개 농장에서 구제역이 줄줄이 발생한 보은지역을 담당하는 충북 축산위생연구소 남부지소 실태는 방역 조직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축산위생연구소 남부지소는 보은군을 비롯해 영동군과 옥천군 농가 방역도 담당하지만, 가축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수의직은 팀장을 포함해 2명에 불과하다. 공중방역수의사 2명이 배치돼 있지만, 4명이 3개 군을 담당한다.

2015년 12월 고병원성 AI가 집중 발생한 충주, 음성 등을 담당하는 축산위생연구소 중부지소 역시 수의직·연구직 소의사 3명과 공중방역수의사 3명 등 6명이 방역을 전담한다. 제천·단양을 담당하는 북부지소는 방역인력이 4명(공중방역수의사 2명 포함)에 불과하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문제지만, 같은 수의사라 하더라도 AI·구제역 등 방역현장에 투입되는 방역직보다 검사직을 선호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 수의사가 매년 증가하면서 방역직보다 상대적으로 축산물 검사직을 선호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충북도 가축위생연구소 방역분야 수의사 중 여성은 30% 안팎인 6~7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검사분야 여성수의사는 전체의 40%~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충북도와 축산위생연구소 일각에서는 정원 증원과 함께 방역·검사 업무와 별개인 종축시험장 분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원 증원과 별개로 축산위생연구소 방역·검사인원을 합쳐 각각 10명에 불과한 남부지소와 북부지소를 통합해 업무 수요에 따라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마찬가지이다.

공중방역 수의사 비율도 낮춰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충북도 가축위생연구소 방역 수의사 31명 중 공중방역 수의사는 11명으로 전체 인원의 35.5%를 차지하고 있다.

방역분야 전문가 P씨는 "현재의 조직 구조로는 평상시 방역업무조차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어 항체형성율이 부풀려지는 하자가 발생했고, 상황이 발생한 후에도 제대로 대처하는 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일부 지소에 대한 통합운영과 정원 증원 등 조직개편과 함께 방역종사자들에 대한 사기진작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호현 충북도 축산위생연구소장 "방역·검사분야 모두 3D직종으로 분류될 정도로 모두 근무여건이 열악한 격무부서"라며 "민원부서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는 것처럼 근평에 인센티브 반영 등 제도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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