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서로 격이 어울리는 것들이 짝이 되어 있을 때의 긍정적 표현으로 보통 '그 나물에 그 밥'(類類相從)이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어떤 일에 새롭게 더해진 것이 그 이전보다 나을 게 없다는 다소 비관적인 의미로 오십보백보와 같이 쓰이고 있다. 어느 광고에서는 우리나라를 '새로움에 늘 목마른 나라'라고 한다. 국민들도 그 영향인지 사람이나 물건이나(人物)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웬만한 변화에는 눈도 꿈쩍 않는다. 새것도 눈에 차지 않으면 포장도 안 뜯은 채 폐기된다는데, 보편이 간과한 신풍이리라.

세간의 관심도가 높은 직위나 직책에 새로운 인물이 기용되었을 때 그에게서 새로운 것을 엿볼 수 없거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해 더 바랄 게 없는 상황이라 생각되면 종종 '그 나물에 그 밥'이라 말하는데, 별 볼일 없다는 뜻을 비유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의 정서에 밥과 나물(飯饌)은 바늘과 실이나 전답과 농작물 같아서 서로 잘 어울려야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밥맛 돋게 하는 나물을 찾지만, 본래 입맛은 지극히 간사스런 것이어서 한 번 맘에 들었다가도 금방 새로운 맛을 찾게 되니 그런 입맛 맞추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공공기관의 고위공직자나 영향력 있는 거대 단체의 책임자로 유능한 사람을 찾아 임명했을 때 국민들의 성정에 차지 않으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며 마뜩찮은 인사 평을 한다. 어떤 이가 그 자리에 앉기를 바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애써 일한 사람에겐 정말로 맥 풀리는 말 이다.

그 터에서 일하다가 연륜과 함께 전문성 길러서 시야 넓혀지자 기대를 걸고서 연식 넘쳐 빈자리 채운 것인데도 함량미달이라고 불만이다. 큰 말 나가면 작은 말이 큰 말 노릇하지 않던가? 그게 상식인데, 긍정적으로 새롭게 바뀌는 광폭의 변화와 획기적 혁신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우물 안의 올챙이로만 보였으리라.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나 후처보다 조강지처란 말이 나름 의미 있는 것임에도 난세라서 그런지 정상궤도를 이탈하거나 상식을 뛰어넘어"확 달라진 나물과 밥"으로 눈 뒤집힐 일이나 결과를 보여야 성이 차니 걱정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어찌 이런 정서가 우리의 대표 문화에 끼어들 수 있었을까!

우리의 안목이 높아지고 시야가 넓어진 탓일까? 아니면 그것이 선진국민의 상식이고 세계화 길목의 발판인가? 그 나물에 그 밥을 바탕으로(法古) 못마땅한 것을 새롭게 바꿀 수 있다면(創新) 일진월보할 수 있으니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도 이젠 부정적 의미를 벗고 본래의 뜻대로 늘 한 결 같이 친숙하고 편안한 상황을 일컫는 말로 명예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귀하고 질리지 않는, 그러다 입맛 변하면 손맛양념으로 구미 돋워가며, 당신도 그 나물에 그 밥 먹고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잘 살아오지 않았는가! 결코 토양과 씨앗 탓만 하는 서툰 농사꾼은 아니었음이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위정자와 백성, CEO와 구성원, 가족과 가장, 골목친구와 꼬마대장이 그런 것 아닌가? 가장이 가족들 맘에 안 든다고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니 가장이 가족을 배려하든지 가족이 가장에게 양보하면 되겠지만, 죽어도 배려가 안 되겠다며 이혼이나 출가로, 입양 창씨나 선진 개명으로 일탈한다고 보리개떡이 이밥 되겠는가? 그 나물에 그 밥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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