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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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그리고 5월초에 가장 아름답게 피는 장미는 '꽃중의 여왕'으로 불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만 아니었다면 12월에 열릴 대선이 5월로 앞당겨 지면서 '장미대선'이 됐다. 지금까지 18차례 치뤄진 대선 가운데 봄철에 진행된 대선은 제3대, 제6대, 제7대 총 3번이다. 이에따라 이번 장미대선은 60년만에 겨울이 아닌 봄에 치뤄지는 대선이다.

이번 19대 대선은 기존 대선과 차이점이 많다. 기존 대선에선 투표연령이 만 19세 이상 즉, 1998년 1월 1일~12월 1일 출생자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1998년 5월 10일생까지만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1998년 출생자는 64만 3천여명이며, 이중 5월 10일 이후 출생해 투표권을 상실한 사람은 약 40만명으로 62%에 달한다고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선거권과 피선거권자의 연령을 선거일 현재로 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대선은 법정공휴일로 12시간 동안 투표를 진행하지만 올 대선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으며 18시간 동안 진행된다. 또 기존 대선은 수요일로 지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보궐선거는 요일 규정이 없기 때문에 화요일에 치르는 것이다.

대통령 파면으로 공석이 된 국가지도자를 뽑는 이번 대선은 보수, 진보진영 정당이 모두 분열되면서 어느때보다도 후보가 난립해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후보단일화와 연대논의가 활발해지겠지만 선거과열은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총칼만 없을뿐 '선거전쟁'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각 당, 각 후보진영의 선거전략과 전술이 총동원되고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촛불'과 '태극기'라는 이념적, 연령대별 간극이 어느때보다도 첨예한 선거다. 그래서 '장미대선'이 아닌 '장미전쟁'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1400년대 영국에선 장미전쟁이 있었다. 당시 왕위 계승권을 둘러싸고 요크가(家)와 랭커스터가(家)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다. 장미전쟁이 된것은 랭커스터가가 붉은 장미, 요크가가 흰장미를 각각 문장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장미대선과 장미전쟁을 비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아니다. 장미전쟁을 계기로 영국의 봉건무사계급이 몰락하고 주권은 의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봉건주의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민주주의의 새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후 장미는 영국의 국화가 되었으며, 지금도 붉은 장미와 흰장미를 합하면 화합을 의미한다. 600년전 영국 장미전쟁의 교훈은 장미대선이후 차기정부가 추구해야할 가치다. 박근혜 정부의 4년은 독선과 불통이라는 개발독재의 논리가 나라를 혼돈에 빠트렸다.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무소불위 권력은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대통령 탄핵은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촉발시켰다. '장미대선'이 끝나면 민주적 리더십의 복원과 국민적인 화합이 절실해졌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장미중에서도 가장 비싸고 귀한 '파란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다. 하지만 오랜 꿈으로 여겨졌던 파란장미도 결국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다. 하지만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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