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최동일 부국장겸 음성·괴산주재 기자

나용찬 괴산군수 / 신동빈

우공이산(愚公移山), 사람의 힘으로 산을 옮겼다는 이 이야기는 중국의 고전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쉬지 않고 한 가지 일에만 매진하다 보면 생각할 수 없는 큰일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이 이야기는 고전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종종 쓸 정도로 많이 회자되고 있다. 허풍으로 치부되거나 책 속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실제 이같은 일이 현대사회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한 인도인이 아내가 마을앞 돌산 때문에 제 때 병원에 가지 못해 죽게 되자 1960년부터 22년간 돌산을 깎아 길을 냈다고 한다. 더구나 중장비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홀로 산을 깎았다고 하니 산을 옮긴(移山) 우공(愚公)의 현대판이랄 수 있다. 이 일은 인도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고 우리나라 TV 방송에서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시야를 더 넓혀보면 사람의 손에서 이뤄진 우공이산을 서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15세기 중반 오스만제국이 동로마제국을 공격할 때 군사들이 70여척의 배를 밧줄로 직접 끌고 수㎞를 걸어 산을 넘었다고 한다. 산속에 뱃길아닌 뱃길을 만든 무모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이일로 오스만제국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물위에 떠 있어야 할 배를, 그것도 수십척이나 사람의 힘으로 끌어 산을 넘어갔으니 우공이산에 비견될 만 하다.

이처럼 거창하거나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도 노력이 돋보이는 경우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지만 실제 실행하거나 이뤄내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경우도 꽤 있다. 지난 12일 괴산군수 보궐선거에서 나용찬 군수가 당선됐다. 승리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수년째 한결같이 '바닥'을 누비며 주민들을 만나고 다닌 성실함은 가장 돋보이는 승리요인 중의 하나다. 지지여부를 떠나 많은 주민들이 이를 인정하는 것을 보면 당락의 관건까지는 모르겠지만 그간에 들인 공이 허사가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준다.

1년2개월의 전임 군수 잔여기간을 채우는 보궐선거였지만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더구나 비방과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고 유언비어가 난무할 정도로 혼탁한 가운데 치러졌다. 그런 만큼 상당한 선거 후유증 등 마무리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선거는 당락을 가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선거를 통해 맨 앞에서 조직을 이끌고 업무를 추진해 나갈 사람을 뽑는 것은 일을 하기 위함이다. 갈라지고 흩어진 민심으로는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조차 버거운 법이다. 당선자가 낙선자를 비롯해 민심을 다독이고 선거 마무리에 우선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지금 나 군수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물론 선거를 깔끔하게 매듭짓기까지 선거만큼이나 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문횟수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군내 282개 마을을 찾아 누볐던 나 군수의 노력이라면 선거 마무리도 결코 넘지 못할 산은 아닐 것이다.

최동일 부국장겸 음성·괴산주재 기자

우공이산 고사성어의 뒷 부분을 보면 우공이 산을 옮긴 것이 아니라 이 얘기를 들은 옥황상제가 우공의 정성에 감동해 산을 옮겨줬다고 적혀 있다. 노력 그 자체보다는 노력에서 비롯된 감동이 핵심인 것이다. 지지하지 않은 주민들을 향해 나름대로 열심히 공을 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든 군민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감동을 주는 나 군수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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