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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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나밖에 모르는 나뿐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세월도 너무 바쁘다며 그런 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제 갈 길 내닫는다. 부모가 자녀를 방기하니 식구와 가족은 간데없으며, 이웃사촌은 반려동물에 밀려나고, 의리의 친구가 이해득실로 배신하며, 정치꾼은 국민을 제 사람이라며 도매로 넘기고 받는다. 그러면서도 살맛나는 세상이란다. 된 사람 치고 나만 못한 이 없으며, 못 배운 이가 경우는 더 밝고, 덜 가진 자의 눈엔 딱한 사람만 보이며, 마음씨 뒤집힌 이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이고, 천성을 못 지킨 이 나락에 떨어지며, 가족보다 돈이면 시신 놓고 이전투구 난장판 되니, 나밖에 모르는 뚱뚱이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는 홀쭉이가 되리라.

나뿐인 사람치고 도리를 아는 이 없고, 예절 바른 이도 찾을 수 없으며, 소행이나 됨됨이도 기본에 못 미치고, 성품도 뒤틀리고 성격도 배배꼬여 쉬 풀리지 않으니 녹슨 먼지만 쌓인다. 아는 척 하는 이 없어도 쇠고집의 제 주장으로 여울 휘저으며 남도 못 보게 흙탕질만 한다. 제 것 밖에 모르니 눈 뜬 장님이다. 나뿐인 사람을 심성 잘못 가꾼 지나친 이기주의자라면서 어떤 이는 '나쁜 사람'이라고도 한다. 부모는 물론이고 상하좌우도 모른 채 제 욕심만 차리고, 남이야 어찌되든 나만 살면 그만이며, 남을 위해선 동전 하나에도 벌벌 떨면서 제 것 챙기는 데에는 도가 터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을 받던 사람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 섬으로 낚시를 다녀오다가 돌풍을 만나 헤매던 중 암초에 부딪쳐 난파가 되었다. 구명조끼를 입었으나 거친 파도는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열두 명의 낚시꾼과 선장은 구명보트에 올라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데, 열세 번째의 나쁜 사람만 보이지 않는다.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주변을 살피는데, 좀 떨어진 곳에서 파도에 밀려 물속으로 들어갔다 솟아오르는 빨간 물체가 보인다. 동료 중 한사람이 자기가 가보겠다면서 구명줄을 허리에 묶는다. 위험하다고 만류하는 손길을 뿌리치고 물에 뛰어든 그는 사력을 다해 헤엄쳐가 열세 번째 사람을 붙잡고 줄을 따라 나온다. 살려냈다. 이제는 빤히 보이는 항구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열세 번째 사람은 동료들의 부축으로 물을 토하고 정신을 차렸는데, 정작 그를 구해준 친구는 탈진이 되어 일어나질 못한다. 해가 진다. 어둠이 깔린다. 밤이 되어서야 선장가족들의 조난신고에 구조작업이 벌어졌는데, 항구의 병원에 도착했을 땐 탈진한 친구의 맥박과 호흡은 이미 멈췄다. 장례를 마치고 화장을 하여 유해를 바다에 날린다. 통곡이 파도가 된다. 나쁜 사람은 말이 없다. 자기를 살려놓고 대신 용궁을 찾은 그 동료에 마음으로 감사를 한다. 마음의 빚이 짐이 되어 무거워 진다. 귀가하면서도 유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허리 굽혀 절하면서 죄송하다는 말뿐이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눈물을 흘리며 오십 평생을 돌아본다. 목숨을 돈으로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속죄의 의미로 거두어달라며 재산의 상당부분을 떼어 전한다. 의사자 신청에 앞장선다. 의로운 행적이 기록된 추모비도 건립된다. 사직을 하고 수영을 배워 그 바닷가에서 인명구조 봉사활동을 한다. 저도 한 땐 아주 나쁜 사람이었어요. 사람 열 번 된다잖아요? 죽기 전에 저도 한번 사람답게 사람같이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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