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5월은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축하할 날이 참 많다. 이런 축하에는 꽃이 함께 하곤 한다. 그러고 보면 5월에는 참 많은 꽃을 볼 수 있다. 카네이션과 장미, 아까시아꽃, 찔레꽃, 수수꽃다리, 작약꽃, 노란 꽃창포……. 5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은 카네이션이다.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들어 온 종이 카네이션 꽃을 달기가 좀 쑥스러웠다. 마음 같아선 가슴에 척 달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러지 못했다. 옆집 할머니는 카네이션 꽃을 주렁주렁 옷이 늘어질 정도로 달고 다니셨다. 꽃을 보면 자식이 몇 명인 줄 알 정도로. 어린 시절 난 종이로 카네이션 꽃을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없어 더 그랬던 것 같다. 대신 문구점에서 파는 조화를 샀다. 그러던 어느 해 조화보단 생화를 달아드리고 싶어 돈을 조금씩 모았다. 하지만 돈이 부족해 또 문구점에서 조화를 샀다.

그러던 중 첫 번째 생화를 달아드린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비싼 생화를 왜 사왔냐고 하셨지만 좋아하는 눈치셨다. 어머니는 생화가 흔들흔들 떨어 질까봐 아예 실로 꿰매기까지 하셨다. 다음 날에는 컵에다 물을 받아 꽂고 오래오래 꽃을 바라보셨다. 그런 어머니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5월 꽃 하면 아까시꽃이다. 어릴 적에는 아카시아라고 불렀던 꽃. 그때는 돌아다니며 아까시 꽃타래를 주-욱 손으로 훑어 입에 털어 넣고 오물오물 먹었다. 초록 잎사귀 사이사이로 하얀 꽃타래가 달큼했다. 꽃을 먹던 여자 아이들은 파마를 한다고 아까시 잎사귀를 떼어내고 줄기로 머리를 돌돌 말았다. 미장원에서 한 것 같이 꼬불거리고 싶어 얼마나 머리를 잡아당겨 말았는지 머리 밑이 얼얼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찔레꽃 순을 똑똑 끊어 먹었다. 찔레순도 맛있지만 찔레꽃도 참 예쁘다. 가끔 장사익의 찔레꽃을 들을 때마다 어릴 적 선생님 탁자에 꽂아 두었던 하얀 찔레꽃이 떠오르다. 선생님께 뭐라도 드리고 싶은데... 내겐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한번은 아침 일찍 동네 산자락에 핀 찔레꽃을 꺾어 학교에 갔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찔레꽃을 꽃병에 꽂아 탁자에 올려놓았다. 누가 갖고 왔느냐는 선생님의 말씀에 손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집으로 오는 길 실실 웃음이 자꾸 나왔다. 다음은 작약꽃이다. 붉어도 정말 검붉은 꽃으로 기억된다. 어릴 적에는 함박꽃이라 불렀다. 스무 살이 되던 해인가 거리에서 할머니가 붉은 대야에 작약꽃을 한 움큼씩 실로 둘둘 묶어 팔았다. 장독대 옆에 핀 것을 꺾어 왔다고 하셨다. 화려한 꽃집의 꽃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한방에 팍 피었다가 조금 빨리 진다는 거였다. 그래서 아쉬움 또한 컸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생각해 보니 지금껏 살아오면서 꽃과 관련된 일이 많다. 5월 장미는 정말 눈부시다. 예전에는 사진기가 없어 사진을 찍기 어려웠지만 요즘에는 휴대전화로 연신 찰칵찰칵 찍게 된다. 비 오는 저녁 수수꽃다리 진한 향기도 잊을 수 없다. 담장 위로 보이는 수수꽃다리. 이런 저녁이면 꽃향기에 취해 천천히 걷게 된다. 우산이 없는 날에도. 올 5월에도 많은 사람들이 꽃을 주고받을 것이다. 그 꽃으로 인해 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 것이다. 추억은 살아가면서 꽃 같은 모습으로 향기로 다가와 어느 날 문득 참 그리울 때도 있을 것이다. 5월, 꽃과 함께 더 그리울 추억을 많이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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