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윤여군 국장대우겸 남부3군 주재

대통령후보 초청토론회 / 뉴시스

지난 25일 중앙일보와 JTBC,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한 대선 4차 TV토론에서 '우리나라 역사 인물 중에서 자신의 리더십이 누구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후보자 5명 중 2명이 세종대왕을 꼽았다.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소통을 통한 정책 결정이었다. "정부, 육조와 각 관사 그리고 각도의 감사와 수령으로 부터 민가의 빈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부(可不)를 물어서 아뢰게 하라." 세종실록 12년 3월 5일 세종대왕이 새로운 세금제도인 '공법'을 도입하기 앞서 내린 지침이다.

전화도 없고 인터넷도 안되는 조선시대에 백성의 의사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찬성이 57%가 나왔음에도 반대가 많다며 추가 보완을 지시했다. 또 부분적인 시행과 함께 세종이 직접 현장답사에 나서 확인과정도 거쳤다. 이렇게 묻고 보완하며 새로운 세금제도를 도입하는데 1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철저한 검증절차로 백성들의 조세부담 경감을 가져왔고 가장 많은 국고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같은 세종대왕의 정치적 리더십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후대에 성군으로 기억되는 세종대왕은 정치, 군사, 문화,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백성이 많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훈민정음을 만든 것은 애민정신의 결정체이다.

김종서와 최윤덕으로 하여금 여진족을 몰아내고, 그곳에 4군 6진을 설치해 북쪽의 국경선을 오늘날과 비슷한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확장했다. 남으로는 이종무로 하여금 왜구의 소굴인 쓰시마 섬을 정벌하게 하는 등 국방도 확고히 했다. 역사적으로 다른 지도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업적을 남긴 것은 민본과 애민, 위민정신의 정치철학에서 비롯됐다. 2명의 후보가 꼽은 세종대왕의 리더십의 핵심은 토론이었다. 세종대왕은 정책 결정에 앞서 어정쩡한 대화가 아니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경계없는 논쟁 수준의 격론을 벌여 백성들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4번째 진행된 대선후보 TV토론을 본 많은 유권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TV토론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들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해 적합한 후보자를 선택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토론에 임한 후보자들은 인신공격과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토론장으로 만들어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엄격한 토론 형식과 규칙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에게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교묘한 전략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길을 열어줬고 유권자들은 중구난방식의 지루한 토론을 지켜봐야 했다.

특히 질문을받은 일부 후보자는 당당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질문자에게 오히려 역공을 퍼붓는 모습에서 국민의 고통을 치유하고 공유하는 리더십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상대후보가 하는 질문은 유권자들이 묻는 질문이고 대답하는 후보도 유권자에게 대답하는 것과 같다. 토론 도중에 질문이 거슬리다고 화를 내면 곧 국민에게 화를 내는 것이고 대답을 회피하는 것은 국민에게 대답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토론에서 확인된 것은 초등생 수준의 토론을 벌인 보기 민망한 후보자들의 민낯뿐이었다.

윤여군 국장대우겸 남부3군 주재 기자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책에 대해 좀더 솔직하고 격의없는 토론을 통해 더욱 보완하고 발전시켜려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사전에 충분하고 치밀한 준비없이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예의를 갖추지 않는 토론자세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반증이다. 토론이 끝날 무렵 마무리 발언을 마친 5명의 대선 후보들은 늦은 밤까지 시청한 유권자들에게 "늦은시간까지 시청해주시고 지지해 주신데 대해 감사합니다"라는 형식적인 인사마저 마다했다. 국민을 마음속 깊이 존중한다면 이같은 감사의 인사는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지 않았을까.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후보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는 과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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