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대학생활 대신 '알바'·'토익'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일깨워주는 성년의 날로 지정돼 기념하고 있지만 최근 심화되는 취업난 등으로 대학생들은 행사를 반기기보단 스펙 쌓기 등에 몰두하고 있다. 과거 성년의 날 행사공고가 붙여져 있던 대학 게시판에는 취업이나 공모전 관련 포스터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송휘헌 기자] 오는 15일은 '성년의 날'이지만 성년이 됐다는 기쁨을 누리기 보단 청년들은 취업난과 경제난에 '알바', '토익', '자격증'에 매달리고 있었다.

11일 충북대와 청주대 등 지역 대학에 따르면 '성년의 날'에는 매년 개최되던 전통행사만 열리거나 예정이 없는 곳도 많았다.

또 대학게시판도 취업과 스터디 등에 공지만 있을 뿐 행사에 관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대학생들이 성년에 날에 장미꽃을 주고받거나 향수를 선물하는 등 낭만적인 대학 생활을 포기한지 오래인 것처럼 보였다. 성년이 됐다는 기쁨보다는 취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캠퍼스에는 만연했다.

꽃동네대학교에 재학중인 A(20·여)씨는 "최근에 커피숍에 아르바이트를 어렵게 구해 성년의 날에도 가야한다"며 "오전에는 공무원시험 가산점을 위해 대형운전면허 학원에 가야돼 친구들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1학년 때부터 공부를 해도 취업이 힘들다는 선배들의 말에 그런 기념일을 즐길 시간이 없다"며 "대학생이 되면 자유를 누리고 많은 세상을 볼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때와 달리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청주대학교 B(20·여)학생은 "성년의 날이 15일인지 알지도 못했다"면서 "그날도 오전엔 수업, 오후엔 학교근로, 야간에는 학교에서 토익특별반 수업을 듣는다"며 "학과에서 행사를 한다면 그것에 잠시 참석하는 걸로 만족해야겠다"고 토로했다.

과거 대학에는 술판을 벌여 성년의 날을 기념했던 것과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라는 것이 인근 상가 주인들의 말이다.

대학교 인근에서 20년간 치킨집을 운영했다는 C(51·여)씨는 "예전에는 성년의 날에 연못에 빠뜨리는 관례가 있어 물에 젖은 채 술도 마시고 했다"며 "지금 학생들을 보면 공부에 치여 특별한 기념일에도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아 장사가 더 어렵다"고 전했다.

인근 원룸 주인(63)씨는 "학생들이 이런 날에 잔디밭에서 술을 먹는 등에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이제는 못 본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이 취업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 모습과 행동에서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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