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onna Enthroned by Cimabue. ca. 1280-1290 Tempera on panel, 3.9x2.2 m.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오늘날 '뮤지엄(museum)'은 '박물관' 이외에도 '미술관'으로도 번역되어 사용된다. 자, 그렇다면 오늘날의 박물관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국제박물관협의회는 '문화적 또는 학술적 의의가 깊은 자료를 수집하여 그것들을 연구·교육 및 취락(趣樂)을 위하여 보관하고 전시하는 상설기관은 모두 박물관으로 간주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우선 문화적 또는 학술적 의의가 깊은 '자료'란 무엇일까? '자료'는 흔히 '연구나 조사 따위의 바탕이 되는 재료' 혹은 '만들거나 이루는 데 바탕이 되는 물자나 재료'를 뜻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료'는 단순히 문헌적인 자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유물과 예술작품도 함축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문헌이나 유물 그리고 예술작품을 연구하고 교육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취락(趣樂)'은 무슨 뜻일까? '취락'은 흔히 '재미를 즐기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여기서 '취락'은 단지 재미만이 아닌 (문화적 또는 학술적 의의가 깊은 자료의) 뜻이나 내용(內容) 그리고 취지(趣旨)나 풍취(風趣)를 즐긴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박물관이 각종 자료를 보관하고 전시하는 상설기관이라는 점에서 '미술관'으로 번역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데 앙드레 말로는 '뮤지엄'을 '경이로운 방'으로 보았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십자가는 오늘날 그것이 의미하듯 처음에는 예술작품으로서의 조각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치마부에의 '마돈나' 또한 처음에는 회화작품이 아니었다. 페이디아스의 '아테네 여신'상조차도 처음에는 조각상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예술작품이 아니었던 로마네스크 양식의 십자가는 어떻게 해서 조각작품이 되었을까? 처음에는 예술작품이 아니었던 치마부에의 '마돈나'는 어떻게 해서 회화작품이 되었을까? 처음에는 예술작품이 아니었던 페이디아스의 '아테네 여신'상은 어떻게 해서 조각작품이 되었을까?

처음에는 예술작품이 아니었던 로마네스크 양식의 십자가와 치마부에의 '마돈나' 그리고 페이디아스의 '아테네 여신'상은 그것들이 오랜 기간 보존되어 왔던 장소를 떠나 박물관에 소장되면서 예술작품이 되었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예술작품이 아니었던 로마네스크 양식의 십자가와 치마부에의 '마돈나' 그리고 페이디아스의 '아테네 여신'상을 박물관이 예술작품으로 전이시킨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박물관이 '경이로운 방'일 수밖에 없잖은가?

그런데 벤야민의 '복제기술'을 '박물관'으로 전이시켜 말하는 것이 필자에게 허용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예술작품이 아니었던 로마네스크 양식의 십자가와 치마부에의 '마돈나' 그리고 페이디아스의 '아테네 여신'상이 오랜 기간 보존되어 왔던 장소에서 박물관으로 이동하는 것은 "전통의 영역에서 떼어내는 일, 다시 말해 아우라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따라서 그는 그것들이 장소를 떠나게 되면 "역사적 증언가치 또한 흔들리게 된다"고 보았다.

벤야민은 처음에는 예술작품이 아니었던 로마네스크 양식의 십자가와 치마부에의 '마돈나' 그리고 페이디아스의 '아테네 여신'상을 제의의 대상, 즉 제의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그것들이 박물관으로 장소 이동되면서 제의가치는 전시가치로 전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물관은 처음에는 예술작품이 아니었던 유물들을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키는 대가로 아우라를 파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류병학 사진작가

박물관은 모든 유물들을 예술작품으로 전이시키는 마술적인 힘을 지닌 곳이다. 말로는 그 마술적인 힘을 '변모(metamorphose)'로 보았다. 말하자면 예술작품이 아닌 것도 박물관의 문턱을 넘어서면 예술작품으로 변신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박물관은 예술(작품)의 전당, 즉 예술(작품)의 '천당'이 아닌가?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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