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은희 청주시 지역개발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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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10월. 현재 나의 공무원 경력이다. 20여 년을 근무하다 보니 올해 나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이 찾아왔다. '장기재직 휴가 10일'. 작년 복무조례 개정으로 나에게 운 좋게 주어진 첫 장기재직 휴가인 셈이다. 처음 5일은 지난 2월 봄 방학 기간 아이들과 함께 보냈고, 남은 5일은 더 이상 일정을 미룰 수 없어 5월 바쁜 업무가 마무리될 시점에 맞춰 서둘러 계획을 세워야 했다. 처음에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이라 "혼자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다 보내지?" 하면서 고민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고등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5년 만에 보는 친구와 난 KTX에 몸을 싣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여수 밤바다를 보고, 금오도 비렁길을 걸으면서 생각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느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친구는 요즘 사춘기 시절에 했을 법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일본 영화배우인 아사노 타다노부에 빠져서 그 배우의 DVD를 구입해서 보고, 또 보고 한다는 것이다. 사춘기는 진작 지났지만, 요즘 들어 귀찮고, 허무하고,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고, 가족을 두고 혼자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일명 '사십춘기'라는 것이 찾아왔나 보다"라며 "그래도 뭔가 좋아하는 게 있고,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니냐"라며 웃으며 넘겼다. 우리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함께 느끼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2박 3일이라는 짧지만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으로 인한 재충전 덕분인지 남은 3일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나름의 계획을 짰다. 하루는 혼자 영화 보고, 또 하루는 평범한 동네 여느 주부처럼 아침 시간 산에도 올라갔다 오고, 이불 빨래 등 미뤄뒀던 집안일을 하면서 특별휴가 5일을 마무리했다. '아주 특별할 것 없었던 5일'. 해외여행을 간 것도 아니고, 호사스럽게 보내지도 않았지만 이번 휴가는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말 그대로 재충전의 시간이 됐다.

권은희 청주시 지역개발과 주무관

요즘 신조어로 '욜로(YOLO)족'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현재 행복의 가치를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가족을 위해, 또 소속된 조직 내에서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공허함이 밀려온다면, 그동안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왔지만 정작 남은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렇다면 하루하루를 되돌아보고, 오늘을 얼마나 멋지게 살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십춘기'든 아니든 가끔은 아내, 남편, 엄마, 아빠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평범한 말을 떠올리며, 올여름에는 각자 호사스럽지는 않더라도 자기만의 쉼표를 찍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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