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물폭탄'이 쏟아진 16일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의 한 상가와 차량들이 폭우로 침수돼 물에 잠겨있다./김용수

'날씨는 돈'이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김밥장사도 하늘의 영향을 받는다. 휴일에 비가 오면 외출을 하지 않아 식당 매출이 줄어든다. 이 정도는 약과다. 주로 야외에서 페인트나 구조물 조립 작업을 하는 조선회사는 페인트 칠 하다가 비가 오느냐 안 오느냐에 따라 한 번에 수억 원의 돈을 날릴 수 있다. 선박건조 담당자는 기상예보를 신주 모시듯 귀를 기울인다. 역대 기상청장들은 날씨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흔히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비유를 들 곤했다.

날씨는 경제뿐만 아니라 미래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지표다. 학자들은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보고 있다. 우리가 날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눈, 비의 유무에 따라 외출 시 우산을 준비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차량정체나 사고에 대비하고 스포츠 경기와 비행기 이륙의 취소 여부를 알며 폭염이나 한파, 수해 등 비상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날씨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소중한 데이터가 된다.

그래서 기상청은 한대에 550억 원하는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했다. 뿐만 아니다. 기상예보 자료를 디테일하게 확보하기 위해 지상과 해상의 기상관측장비와 고층기상관측장비, 항공기상관측장비 기상레이더등 총 32종 1천260대의 첨단 관측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기상예보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연간 3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장비에 투입한다. 선조들이 개미가 이사하거나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오는 것을 알아챘던 100여년 전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 때문에 벌써 7년 전에 기상청의 수치예보 정확도는 91.9%에 달했다. 이웃 일본의 수치 예보 정확도 86%를 오히려 추월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급변하는 자연환경에서 그 누구도 100%를 예보할 수는 없지만 정확도는 해를 거듭 할수록 향상돼야 맞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오히려 정확도가 매년 떨어지고 있다.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현재 특보 정확도 8개 부문 중 무려 7개 부문이 2012년보다 오히려 퇴보했다. 폭염의 경우 특보정확도는 78.2%로 2012년 82.1%보다 떨어졌고, 호우 특보도 68.5%로 2012년 73.3%보다 나빠졌다. 선진예보시스템 등 정확도 개선을 위해 수백억을 들이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것은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본다..

기상청 홈페이지를 보면 믿음직스럽다. 스마트폰 웹도 그럴듯하다. 현란한 그래픽은 시^군 은 물론 동·면별로 단기, 중기, 장기예보를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예산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매주 목요일 부터는 주말날씨를 3시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 큰 코 다친다. 지난 주말이 그런 케이스다. 속리산에서 대규모 행사를 앞둔 모 단체에서 15일 오전 5시28분 기상청 콜센터로 당일 기상안내를 받았다. 담당자는 돌풍을 동반한 80㎜의 폭우가 쏟아진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 단체는 행사를 취소했다. 하지만 새벽에 내렸던 비는 1시간 뒤 비가 그치고 2시간 이후에는 구름에 가린 해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눈앞의 날씨도 예측하지 못한 기상청 때문에 이 단체는 유무형의 손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이틑날 새벽 기상청은 충북 중북부 지역에 30∼8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이 시간에 최고 10배 가까운 290.2㎜의 물폭탄이 청주를 수중도시로 만들었다. 이날 아침 청주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시간은 이미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시작된 시각이다.

첨단장비와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도 일기예보가 늘 맞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배경이 궁금해 문의했더니 청주기상대와 기상청 콜센터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무엇보다 예보관은 민원인의 질문에 과학적이고 설득력있게 설명하기는 커녕 남 얘기하듯 시종 비웃는 태도를 보였다. 첨단장비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에 인적쇄신을 하는 것이 먼저다. 지난해 기상청이 아닌 '오보청'이라는 말을 들은 태풍 '치바'의 조기예보 실패와 지진의 진앙 위치를 잘못 분석해 열흘 만에 위치를 재수정하는 해프닝을 겪은 경주지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고운화 기상청장은 기관 홈페이지에 "신속하고 정확하며 가치있는 기상서비스를 하겠습니다"라고 올렸다. 난 립서비스라고 본다. 1시간 앞의 날씨조차 예측 못하면서 어떻게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서비스를 한다는 말인가. 기상청이 민간기상회사보다도 공신력이 떨어진다면 존재이유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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