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의 수해 중 해외연수를 떠나 물의를 빚었던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도의원(음성1)이 25일 충북도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거듭 사죄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 김용수

유례없는 충청권 물난리 속에서도 관광성 유럽연수를 강행한 도의원 4인방이 일정을 접고 귀국한지 며칠이 지났지만 후폭풍은 갈수록 거세다. 이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압박은 더욱 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 의원들에 대한 도민여론도 여전히 차갑고 따갑다. 무엇보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장으로 이번 외유를 주도한 김학철 의원이 '국민을 쥐떼'로 표현한 '레밍'발언이 국민적인 공분(公憤)을 사면서 이들 의원들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 민주당 최병윤(음성1) 충북도의원이 전격적으로 의원직을 자진 사퇴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단이다. 김학철(충주1)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당한 3명의 의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최 의원은 어제 열린 민주당 충북도당 윤리심판원 전체 회의에 출석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수해를 당한 주민의 아픔을 챙기지 못할망정, 유럽연수를 떠나 도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다"며 "의원직 사퇴를 통해 도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의원직 사퇴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의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일부에서는 수해가 났다고 해도 도의원이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해외연수를 떠난 것이 사퇴사유가 되는 것이냐는 반론도 있다. 더구나 최 의원 지역구인 음성은 비피해도 별로 없었다. 막말과 좌충우돌 행태로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는 김학철 의원도 SNS를 통해 지역구인 충주에 큰 비가 안와 청주의 수해상황을 정확히 몰랐다고 궁색하게 변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출직 도의원이라면 이번처럼 충북 주요지역이 사상최악의 재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엄중한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이때는 충북도의회가 정부에 특별재난구역 지정을 호소하고 실의에 빠진 수재민을 돕기 위해 여야 주요 정치인과 대통령 영부인을 비롯 전국각지에서 자원봉사자가 줄을 잇고 있던 시기다. 어떤 변명도 궁색하다.

여론의 질책이 이어지자 자유한국당은 지난 24일 최 의원과 함께 해외연수에 나섰던 김학철·박한범(옥천)·박봉순(청주8) 의원을 제명하는 선에서 당 차원 징계를 마무리 했다. 하지만 최 의원이 자진 사퇴하면서 이들 3명의 도의원에 대한 사퇴 요구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자진사퇴 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제 나머지 3명이 선택해야할 차례다. 김학철·박한범 의원은 이번 사태 이전에 도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됐을 만큼 자질이 의심됐었다. 박봉순 의원은 지역구가 수해를 입었는데도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인물이다. 이들 의원들이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스스로 도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깊이 성찰해봐야 한다. 백마디의 말로 사죄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 차라리 최병윤 의원처럼 의원직 사퇴로 도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진정성을 전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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