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영화 속 주인공들은 급작스럽게 닥친 시련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하고, 우연히 주어진 행운에 기뻐하기도 한다. 또 대부분 비현실적으로 재산이 많고, 극단적으로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여러 날 동안 씻지도 않고 사막을 몇 달간 헤맨 후라도 여전히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수 일 동안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고 격무에 시달렸던 주인공이 피곤한 기색도 없이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해 예정에도 없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필자와는 너무나 다른 특별한 존재였다. 간혹 필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도 있기는 했지만, 결국은 뜬금없이 엄청남 부를 가진 배우자와 결혼을 하거나, 비약적으로 사업에 성공을 하는 등 여느 영화주인공과 다를 바 없이 특별한 존재가 되어 영화는 마무리 되고 말았다.

영화 속 주인공과는 달리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지나치게 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다. 경쟁과 도태가 공존하는 회사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퇴근 후에는 가족과의 단란한 식사는커녕 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짜증스런 말투를 내뱉게 되고, 쉴새없이 일을 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인해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며,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예정에 없던 데이트를 준비하기는 커녕 어린 자녀의 학교 행사조차도 제때에 참석하기가 버겁게 살아가고 있다.

필자는 며칠 전 저녁 8시쯤 퇴근을 했다. 필자가 집에 도착했을 때 필자의 가족들은 이미 저녁을 먹어버린 후였고, 필자 역시 당연히 예상했던 바였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냉장고 속에 있는 대략의 반찬을 꺼내 대충 저녁을 먹은 후, 간단히 씻고, 복잡한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책 하나를 집어서 침대 머리에 기대서 책을 폈는데, 갑자기 정말이지 뜬금없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도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왜 갑자기 뜬금없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필자 스스로도 궁금해져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필자는 때때로 영화 속의 주인공을 부러워하며 배우자에게 '왜 영화 속에 나오는 배우자들처럼 다정하지 못하냐'며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삶은 관객에겐 멋져보이기는 하겠지만, 이들은 과도한 감정적인 소비, 예상치 못한 고난 등으로 매우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그날 문득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편안함, 행복함을 느꼈고,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필자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저녁 시간이나, 매일 아침 정신없는 출근 시간 동안 가족과 나누는 간단한 대화에서 대단히 편안한 행복함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매일이었기 때문에 마치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것처럼 일상의 소중함과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있음에 감사하고, 조금은 힘든 일상이지만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편안함, 그로 인한 행복함을 계속 기억하려 노력하다보면,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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