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조형숙 서원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5월 충청북도교육청에서 다문화교육진흥위원회에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현장의 교육자들 중에는 외국에서 성장하다가 부모의 결혼 및 취업 등으로 한국으로 입국한 중도입국자녀들을 교육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자기 수업도 해야 하는데 다문화 아이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쳐야 하고 한국 문화도 알려주려니 업무가 참 많아요." "한국문화도 가르쳐야 하고 그들 문화도 존중해야 하는데 그게 서로 상충할 경우 난감합니다." "어린 나이에 낯선 나라에서 적응해야 하는 그 아이들 언어적 심리적 충격이 상당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의견이 나왔다. 별도의 학교를 만들어 중도입국학생들을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초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친 뒤 일반학교로 전학시키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다. 그럴 경우 중도입국학생들은 자신의 진도에 알맞은 적응교육을 받을 수 있어 학교가 괴롭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중에 일반학교에 배치되었을 때도 한국학생들과 큰 어려움 없이 어울려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학교에 다문화 학생이 많을 경우, 한국 학부모의 불만이 높은데 이런 심리적 저항이 감소하고 교사의 업무도 경감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았다. 듣고 보니, 중도입국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을 만든다면 교사, 한국 학생, 중도입국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득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리교육이다. 오랜 세월 여학생은 남학생과 분리되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받다가 이제는 남녀공학 통합교육이 자리 잡았다. 장애학생들 역시 건강한 신체를 가진 학생들과 분리되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받다가 최근 통합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아직도 여학교, 남학교, 맹학교 등이 있으나 이는 해당 학습자의 문화와 욕구를 존중하고 선택권을 넓히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부는 중도입국학생을 위해 공교육 내에 예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본적으로 통합교육을 지향한다.

생각을 달리 해보자. 한국 부모가 미국 회사에 취직되어(혹은, 미국인과 국제결혼을 하게 되어)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갔다고 치자. 자기 아이가 이민자녀들만 모아 둔 학교에 배치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보다 나은 삶을 기대하며 한국에서의 삶을 접고 선진국으로 갔는데 인종차별적 분리교육을 만난 셈이다. 언어가 서툴고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이주배경을 가진 학생들만 모아 6개월에서 1년씩 분리시켜 교육하는 것은 사실상 차별이다. 교육시스템이 좋으면 뭐하나 분리되어 있다면.

다시 우리의 논점으로 돌아가 보자. 일반 학교에 진입하기 전에 중도입국학생을 위해 6개월에서 1년 정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별도의 학교를 만들자는 의견은 다문화 학생도 그런 학교에서 더 행복할 것이라는 신념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가끔 신념을 사실로 오해한다.

그러나 사실은 중도입국학생을 위해 별도의 학교를 세우자는 것은 학교의 교육역량이 부족하다는 자기 고백일 수 있다. 이는 학교의 역량을 키워서 대처해야 하는 것이지, 다문화학생을 일반학교에서 분리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1년간 분리된 아이들은 영어, 수학, 과학과 같은 교과교육에서 그 만큼 멀어지게 된다.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계 아이가 영어를 배우고 미국문화에 익숙한 채 교과를 놓치고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다고 생각해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리교육은 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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