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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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충남 보령문인협회가 주최한 '보령해변시인학교'에 참석을 하려고 필자가 대표로 있는 '대학로 예술가들' 과 함께 기차로 출발했다. 여름 휴가철이라 열차 객실에는 많은 피서객들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이수인 사무국장이 준비한 맛있는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며 문학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행이란 목적지에서 이루어지는 즐거움도 있지만, 준비하면서의 기대감과 오가는 여행길의 대화에서도 유익함이 많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보령문인협회 김유제 회장과 이유민 사무국장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전국에서 300여명의 문인들이 참석한 해변 시인학교는 머드축제와 바다, 모래사장 등이 있어 참석자 모두가 더없이 즐거운 표정이다. 무엇보다 문정희, 이승하, 이재무, 공광규, 나태주 등 국내 중견 시인들과 시와 인생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라 더욱 좋았다.

이번 시인학교에서 필자와 산문집 '참! 잘했어요'(좋은생각출판사) 공동 저자 문정희 시인을 직접 만 날 수 있었는데, 그녀는 특강에서 어려운 시만 좋은 시란 생각을 버리라고 했다. 시란 허공에 거미줄을 매다는 것으로 시를 이슬로 만든 건축물에 비유했고 그래서 시에는 비극적인 요소가 많다고 한다. 한편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그중에 농축된 언어가 시라고 했다. 그래서 고운 언어를 모우기 위하여 책을 많이 읽자고 한다. 다음 날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장 손해일 시인의 '현대시의 흐름과 세계화의 길' 이란 특강에서, 예술은 메마른 영혼을 적시는 단비요, 문학은 예술의 꽃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에 대학로 예술가 40여 명 중 12명이 참가하여, 시낭송, 노래 등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했으며 해변시인학교의 추억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시란 정(情)을 뿌리로 하고 말을 싹으로 하며 소리를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한다."고 했다. 이처럼 시인의 본분은 사람들 마음속에 심연(深淵)에 빛을 보내는 것인데, 고운 시를 낭송이나 낭독을 하면, 흥이 나고 즐거워 눈과 혀, 입술, 성대까지 자극하여 기억력과 집중력이 향상된다.

대학로 예술가들은 룸으로 돌아와 필자의 우쿨렐레 악기 연주에 맞추어 바다, 해변, 여름을 연상하는 곡들로 합창을 했다. 이어서 밤바다로 나아가서 모래와 파도, 머드체험을 하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바다로 뛰어나온 우리들은 '해변을 거니는/ 대학로 시인들이여/ 갈매기가 노래하고 설렘을 안겨주는/ 초록빛바다를 사랑하며 살자.---' 라는 필자의 즉흥시를 모두가 함께 읊었다. 마무리 행사로 일행 모두가 조개구이 식당에서 밤바다 냄새를 맡으며, 막걸리와 조개를 먹고 시낭송 등을 하며 신 중년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귀가하는 열차에서 대학로 예술가들은 이번 문학여행이 참 의미 있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다. 우리의 삶은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 오붓한 행복감을 느낀다. 중년 이후 마음이 허전할 때, 밤하늘에 가득 뜬 별들을 바라보며 시집도 읽고, 시낭송, 음악회, 연극도 보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한다. 시란 영혼의 음악으로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 우리 모두 노래하는 시인이 되어 기쁨과 즐거움 함께 나누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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