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업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7.08.22.

'살충제 계란' 파동이 벌써 열흘째 계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계란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는 것에 비례해 정부의 식품관리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엊그제 피프로닐에 오염된 살충제 계란을 매일 2.6개씩 평생을 먹어도 인체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의사협회에서 "적정 계란 섭취량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너무 섣부른 대응이었다"는 비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식약처는 살충제 계란파동에 적절히 대처하기는 커 녕 우왕좌앙하는 모습을 보여 무능한 기관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신인 동네약사 출신 류영진 식약처 처장이 있다. 코드인사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인사 참사다.

어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는 류 처장의 성토장에 다름 아니었다. 류 처장은 자질논란에 휩싸였을 뿐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동문서답식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17일 주요장관 대책회의에서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그럴 거면 차라리 브리핑을 하지마라'는 말을 들을 만큼 망신을 당한 류 처장은 엊그제 국회농축산위 전체회의에서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박인숙 의원(바른정당)으로부터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잃은 류 처장은 조용히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는 비판에 "그동안 직원들이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며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했다. 물론 식약처 간부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 살충제 계란 파동을 전적으로 류 처장의 잘못으로 돌릴 사안도 아니다. 이미 1년 전에 제기된 문제였다. 하지만 먹거리 안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식약처장의 늦장 대응은 실망을 넘어 불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날 복지위 회의에서 류 처장이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신부전 환자나 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기준치보다 적은 살충제가 들어간 계란을 먹어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몇 개까지 먹어도 안전하다는 발표는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특히 류 처장은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가 터진 뒤에도 국내 계란에 대해 아무런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으면서 "모니터링을 했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 다"고 거짓된 발언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는 기득권 허물기와 능력위주의 파격인사라는 평을 들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인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후 인사 5대 원칙이 무너지고 코드·보은인사가 잇따랐다. 류 처장 인선은 잘못된 인사가 국정에 얼마나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살충제 계란 파문이 더 큰 재앙의 예고편이 되지 않으려면 류 처장은 조속히 경질되던가 아니면 류 처장 스스로 거취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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