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나태주 시인 (자료사진)/ 뉴시스

얼마 전, 충남 보령문인협회(회장 김유제)의 이유민 사무국장의 초대로 보령문인협회 월례회에 참석을 했다. 회의 장소는 김유제 회장이 운영하는 <새소리 작은 도서관>으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다. 이 도서관 앞에는 문효치, 이근배, 이승하 시인 등의 시비(詩碑)들을 제작 설치하여 문학과 문화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도서관장 김유제 시인은 석(石)공예가로 중견 시인들의 거주지에 시비를 무료로 제작하여 주는 선행(善行)도 하고 있고, 지난 7월에는 보령문인협회 주최 대천 해변시인학교 행사를 잘 마치기도 하였다. 이번 행사에는 공주시에서 풀꽃문학관을 운영하는 나태주 시인의 특강이 있었다.

나태주 시인은 50여 년 간 글쓰기를 했지만 지금도 글 쓸 때는 늘 두렵고 서툴다고 했다. 이제는 문장이 안 되고, 낮말이 안 떠오르고 멈출 때가 많다고 한다. 나 시인은 그동안 외로워서 시를 많이 썼고, 글쓰기에서 중요사항은 주변 사람들의 말, 애들의 말, 시장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고, 위대한 시는 훔치고, 아름다운 말은 찾아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시는 길게 쓰지 말고 어렵게 쓰지 말고, 표현은 쉽고 단순하게 쓰라고 권장을 했다.

그러나 늘어지고 편안한 시는 시가 아니고 독자들이 대우를 안 해준다며, 작가 보다 출판사가 힘이 세고, 출판사 보다는 대형서점, 대형서점보다 더 센 곳은 독자란 것을 잊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 특히 시는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시, 가족들에게 만족하는 시 그리고 100편의 시보다 100사람 마음을 울리는 1편의 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끝낸 후 이유민 사무국장의 안내로 성주산 자연휴양림 근방의 개화예술공원에 갔다. 공원입구는 말을 탄 선비와 서양인을 조각한 석상이 독특하고, 교과서에 실린 시들이 시비로 제작되어 길 양편으로 늘어 서 있었다. 이곳에는 전뢰진, 강관욱, 송근배 등 한국의 대표 조각가들 작품과 러시아, 폴란드, 조지아 등 해외 작가들 작품도 있다. 보령에만 있다는 검은 돌, 오석(흑사암)덕분에 보령에는 돌 공예품이 시내거리에도 많이 보였다.

다음날 대천항 터미널에서 삽시도(揷矢島)행 배를 탔다. 삽시도는 행정자치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이 공동 주관한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섬 33곳'의 하나로 선정되었고 농경지가 많고 주변 산림도 울창했다. 밀물 때는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가 썰물이 되면 시원한 생수가 나온다는 물망터에 가보고, 나뭇잎이 황금색인 황금소나무를 보기 위하여 둘레길도 걸어 보았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여름을 보내며 아내와 친구들과 보령지역 여행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태주 시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특강은 문학인으로서 삶을 뒤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삽시도를 방문하여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섬을 걸으며 자연인이 되어 보았다. 특히 저녁에 충청북도학생해양수련원 숙소로 찾아온 회사시절 후배 L과 담소도 즐거웠다. L은 회사를 명퇴 후 고향 광천으로 내려와 김 가공공장을 잘 운영하여 성공하였고 문화체육관광부 발행 <공감>이라는 주간지에 L의 수출 성공사례가 게재되어 연락이 닿았다. 우리 모두 가끔씩 여행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사는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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