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 클립아트코리아

주변 지인들에게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도서관 현장에서 사서를 업(業)으로 하는 나조차도 맞벌이 부부, 육아 등에 떠밀려 독서시간 내기 참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스마트폰을 붙들고,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시간이 없어 무언가를 못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쉬운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얼마 전, 국립중앙도서관에 있었던 교육을 통해 만난 독서광인 분에게 독서 시간을 확보하는 노하우를 물었더니 아침, 저녁으로 짬 시간을 활용한다고 것이다. 집안 곳곳 손에 잡히는 위치에 책을 두고, 밥솥에서 밥 짓는 몇 분이라도 틈틈이 책을 보는 것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입버릇처럼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던 것이 창피해지는 순간이다. 독서습관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습관을 들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동시에 뇌리를 스쳤다.

굳이 멀리 찾지 않아도 독서습관을 실천하는 분들이 있다. 내가 가장 가깝게 만나볼 수 있는 분들이 도서관 독서회에 참여하는 분들이다. 나보다도 더 열성적으로 책읽기를 강조한다. 책 읽는 즐거움을 체득한 분들이다. 아이가 책과 가까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다가 독서회에 가입하신 분, 독서를 통해서 자기 자신의 마인드 컨트롤을 실천하시는 분, 내가 누군지를 자각한다는 분, 의미를 두는 만남을 얻고자 하는 분 다양하다. 독서회 참여를 통해 책은 나에게 사람을 이어주기도 했다.

나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같은 책을 읽고도 이렇게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구나 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혹은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기도 한다. 독서회 참여를 통해 다양한 관점, 생각, 마음까지도 만나 볼 수 있다.

미국의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가장 발전한 문명사회에서도 책은 최고의 기쁨을 준다.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을 것이다."고 독서 명언을 남겼다. 또, 얼마 전 차기정부 출판 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도 장대익 서울대 교수는 "독서력과 시민의 품격"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 내용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기존에 연결하지 않았던 지식을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타자의 처지를 이해하는 공감능력 또한 남다르다는 것이다. 타자에 대한 공감은 시민으로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데 필수적 능력이다. 타자의 처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의 품격이 올라간다. 누구나 한번쯤은 취미생활에 '독서'라고 썼던 국민 취미 독서가 공감 능력조차 우월한 사람을 만들어낸다니, 없는 시간을 쪼개 습관을 들일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더불어 독서는 새로운 경험과 생각들을 만들어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새로운 생각의 영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작가를 만나는 재미가 있다. 한번 사는 인생에서 우리가 타인(작가)의 생각이나 인생을 오롯이 들여다 볼 기회가 몇 번이나 올까. 독서의 장점은 수없이 많다. 문득 한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카피가 생각난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만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책도 그렇다. 가까운 도서관이나 동네 서점을 이용해도 좋다. 내게 맞는 쉬운 책부터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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