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얼마 전 충청북도 장애인 복지관에서는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자기주장 발표를 개최하였다. 자기결정 능력을 향상하고 대중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함으로써 사회인식 개선과 이를 통해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함이었다.

현재 장애이해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그 자리에 심사위원으로 참석 하게 되었다. 무대에 올라 자기주장을 발표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떨리고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객석에서 보내는 무언의 응원으로 밝았다.

경찰이 꿈이라는 지적장애를 가진 중학생이 발표를 할 때는 또래 학생들의 밝은 웃음이 시원한 박수를 유도하기도 하였다. 자신의 장애로 꿈을 이룰 수 없지만 학교에서 장난감 총이나 모형 수갑을 가지고 다니며 정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하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후천성 장애를 입은 청년은 비장애인들보다 더 열심히 성실하게 살고 있지만 꿈을 위한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며 벽을 낮출 수 있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줄 것을 당부하는 주장도 있었다.

한 사람씩 발표가 끝나고 나면 긴장도 풀어줄 겸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면서 가볍게 질문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트로트 가수가 꿈이라는 소녀에게 노래를 부탁하자 당황한 듯 멈칫하였지만 복지사님의 도움으로 멋진 한곡을 부르자 실내는 또다시 달아올랐다.

비록 박자와 음정. 그리고 가사 전달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어서 가수를 꿈꾼다는 소녀의 마음이 아름답게 보였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취업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 청소년들의 한결같은 마음은 부모님께 맛있는 식사를 사 드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애잔하게 와 닿았다.

멋진 대학생활을 꿈꾸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학습과정으로 편성된 학과를 만들어 주길 희망하는 학생도 있었다. 가장 큰상을 받으신 분은 나이가 좀 있는 분이셨다. 비장애인들처럼 쇼핑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면서 보내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고 두려운 마음에 스스로 갇혀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복지관에서 다양하고 반복된 교육으로 손재주가 있는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주변의 칭찬에 힘을 얻어 자신감을 갖게 되니 무엇이든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고 하였다.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여 얼마 전 백화점에 취직을 하였다는 발표에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단순노동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자부심에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김순덕 수필가

소방관. 사회 복지사. 요양 보호사. 기관사 등 자신의 꿈을 안고 발표무대에까지 오르게 된 용기만으로도 참가자 모두 상을 받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요즘 매스컴에는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노동력을 착취한다거나 지급되는 장애인 연금을 가로채는 가슴 아픈 일들이 종종 알려지고 있다. 발달장애는 같은 또래에 비하여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지적 능력이 불충분하고 불완전하게 발달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생김새가 다르듯이 발달장애인도 자신만의 개성이 있다.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버리고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다름을 존중해야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그들의 소박한 꿈에 함께 동행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시간으로 이어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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