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도교육청 다문화교육지원센터 대표

/클립아트 코리아

미국의 에세이스트 로버트 풀검이 쓴 '내가 정말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에서 그는 '삶의 지혜는 대학의 상아탑이 아닌 유치원의 모래성에 있다.'면서 유아교육의 중요성과 어린 시절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면서 바른 생활습관을 통한 고운 인성 갖추기는 아주 어려서부터 부모와 함께 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것도 영유아기 자녀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실감하게 하는 말이다.

어린이 집과 유치원에 아이 둘을 보내고 있다는 다문화가정 학부모가 강의 중 휴식시간에 근심어린 표정으로 톤을 높이며 언짢은 말을 꺼낸다. 유치원에서 아이가 장난친다고 꼬집고, 대소변 못 가린다고 쥐어박고, 밥 안 먹는다고 굶기고, 밥 흘렸다고 주어먹으라 하고, 말도 못하고 못 알아듣는다고 구석에다 꿇어앉히고, 못 따라한다고 방치하고, 운다고 따돌리고, 생김새 이상하다고 놀려대고, 안 잔다고 약 먹이고, 그래서 그러지 말고 제발 잘 좀 지도해 달라고 부탁하니, 그렇게 잘 알면 얘 데리고 가서 부모님이 잘 가르쳐 보라고 한다며 또 한마디를 한다.

"그러니 요즘 애들은 어른들한테 배울 게 없지요! /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데요? / 사람 되게 하는 거요. / 그러면 한번 직접 가르쳐보시지요? / 애들이 어디 부모 말을 잘 듣나요? / 유치원에서 배울 게 없으면 그럼 누가 가르쳐야 하나요? / 그래도 선생님이 가르쳐야 되지 않을까요? / 맞습니다. 부모님이 선생님 탓만 하지 말고, 같이 협조하며 가르치면 됩니다. / 제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지요? /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을 부모님이 먼저 아이들에게 바른 생활의 본을 보여주면서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히 실천해보세요. / 그러면 되나요? / 틀림없이 바라시는 대로 될 것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진다잖아요? 한 번 해보세요. 그래도 안 되거든 될 때까지 계속해보세요."

다른 학부모가 또 말을 꺼낸다. "저도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었지만, 아이들한테 부끄러운 게 너무 많아요. 선의의 거짓말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어른들이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고, 거짓말을 하면서도 죄의식도 없어요. 분명히 잘못을 하고서도 잘못했다는 말은 안하고 변명을 하거나 합리화하려는 궤변만 떨고, 법을 어기고서도 잘했다고 주장하고, 도덕적으로 절대 용납이 안 되는 짓거리도 마구잡이로 저지르니 금수저의 갑질이나 가진 자의 횡포가 그렇고, 특히 최고지식층의 고위공직자들이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로 아이들이 보고 배울 게 없어 앞날이 걱정됩니다."

김전원 충북도교육청 다문화교육지원센터 대표

또 다른 학부모도 입에 거품을 문다. "우리 애는 일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도입국해서 입양이 되었는데, 하나 나무랄 데 없는 모범생인데도 한국말이 서툴다고 조롱을 받고, 따돌림을 당하고, 국적이 일본이라고 무시당하고, 이유 없이 매일같이 폭행을 당하고, 친구도 안 하고, 돈도 빼앗기고, 학교에 오지마라고 하고, 그래서 다시 일본으로 가자고 졸라대니 부모 된 입장에서 참으로 난감합니다. 이런 것들 모두다 어른들이 씨앗 뿌려 물주면서 키워놓은 것 아닌가요? 정말로 어른들한테는 배울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어른들에게서 배울 것 하나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한국 다문화사회의 주역이 되어 아이들 바른 인성의 길잡이가 되도록 앞장서 봅시다. 언젠가는 꼭 이루어질 것이라 믿으면서." 자신감의 박수로 실천의 결의를 다진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