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충북 보은의 대한불교조계종 5교구 본사 법주사가 불기 2561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경내에 설치한 연등의 모습이 이채롭다. 여느 절집에서 보았던 연등과 달리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사찰 내 보리수 등을 LED 연등으로 아름답게 꾸몄다.2017.04.12 / 뉴시스

세밑에 속리산 법주사를 다녀왔다. 대웅보전을 찾은 사람들의 염원이 후회(後悔)와 회한(悔恨)을 피하고 참회하는 마음과 맞닿아 경건하다. 사람됨의 근본을 깨치지 못하고 어리석음에 머무르면 후회할 허물이 찾아든다. 삶의 근간이 되는 본질과 가치를 지키지 못해 도리를 어기고 선하지 못한 짓을 행하면 반드시 참회할 일이 따르는 것이 세상 이치다.

삶의 후회와 회한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주고 보듬어주는 마음이 부족한 극도의 이기심, 현상을 꿰뚫어보고 통찰하는 사려 깊음의 부족, 참사랑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서 사랑하는 척하며 사는 수준의 마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의지력과 자제력의 나약함,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어리석음, 자신의 귀함을 잊고 사는 자존감 결여'에서 독버섯처럼 움튼다.

참회할 일들은 일상의 행복, 기쁨, 안락함, 좋은 관계, 명성과 명예, 긍정성에 흠집을 낸다. 더군다나 치욕과 절망으로 몸을 떨게 하고, 모든 희망들을 폐기처분 한다. 참회할 일이 무서운 것은 후회의 감정들이 검은 구름처럼 영혼까지 뒤덮는다는 것이다. 참회할 일이 치명적인 것은 살아갈 힘을 빼앗아가 일상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참회는 고통스러워도 잘못을 들여다보고 들춰내는 성찰에서 시작된다. 잘못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행하는 참회는 가짜고 농락이다. 잘못을 파헤치는 것이 두렵고 잘못을 고백할 용기를 놓치는 순간 참회는 요원하다. 참회해야 할 시간에는 참회가 우선이지 그 시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다짐은 오만이고 뻔뻔함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이기심과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의 부재에서 진정성이 담긴 참회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진정성 있는 참회가 결여된 상태에서의 언행은 사기꾼과 파렴치한(破廉恥漢)으로 전락시킨다.

마음에 덕지덕지 묻은 잘못의 찌꺼기를 닦아내는 여정이 참회다. 진정한 참회는 잘못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의 시간과 비례한다. 잘못된 업무처리와 썩어문드러진 의식에 대해 벼락을 맞는 것처럼 참회할 때 시행착오를 줄이고 깨우침을 얻을 수 있다. 뼈를 깎아내는 고통에 버금가는 뉘우침이 없다면 참회할 일에 또 빠지게 된다. 다산 정약용은 "큰 허물은 고친 뒤에 하루도 뉘우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뉘우침은 허물에서 나왔지만 이를 길러 덕성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뉘우침은 잘못에서 비롯되나 덕성을 기르는 자양분이 된다.

참회할 일을 겪지 않고 살려면 맑은 정신으로 단호한 의지를 모색하는 깨우침의 시간은 절대적이다. 주변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거나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건한 마음먹기가 삶의 근간이 돼야 한다. 일이 끝난 후에 뉘우칠 것을 염두에 두고 사는 삶이 어떤 일을 착수할 때의 어리석음과 혼미(昏迷)함을 줄여주고 참회할 일을 만들지 않게 해준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허물을 지은 사람에게 '한 번 요동침이 크면 그 뒤 안정됨은 오래가고, 한 번 큰 변고가 일어나면 그 뒤 평화가 길게 이어진다는 것'과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남아 있다는 것, 아직 삶에 채워 넣어야 할 것이 존재 한다는 것'은 희망이다. 세밑에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지은 허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에는 용서받기 어려운 허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내가 할 일은 먼저 인간의 선의지(善意志)를 저버린 일에 대한 참회다."라는 법정 스님의 글이 마음속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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