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2018년이 새 달력으로 시작됐다. 달력을 바꿔 거는 일로 시작된 새해에 지인들의 따뜻한 덕담을 실은 문자 연하장도 밀려오고 있다. 한 해의 시작과 함께 가장 많이 주고받는 인사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복은 혼자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 것이기에 정성된 마음으로 상대에게 빌어주는 것이다. 한번 거래를 튼 사업장에서 고객에게 일 년 치의 인사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것도 이때가 아닌가 싶다. 그런 가운데 SNS를 통해 받은 문자 한 통이 시선을 끌었다.

'홍콩 풍수전문가에 의하면 올해 2월과 같은 달은 우리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는다 합니다. 올해 2월은 각 요일이 4일로 구성되어 있어 엄청난 부자를 부른다고 합니다. 이런 2월은 823년에 한 번씩 발생합니다. 최소 5명이나 5그룹과 이 내용을 읽은 후 11분 이내에 공유하면 4일 이내에 돈이 도착한다'는 내용이었다. 823년이라는 구체적인 숫자와 모든 요일이 4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해서 별다른 의심 없이 재미삼아 보기를 권하며 몇몇 편한 지인들에게 퍼 날랐다.

그러나 알고 보니 지나간 2017년에도 2018년 올해도 2019년 내년에도 2월은 같은 요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년이 아닌 대부분의 2월은 28일이므로 월화수목금토일이 각각 네 번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823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왔는지......

2월의 달력 이미지가 첨부된 내용은 신빙성을 높여주었고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머리보다는 그날따라 손놀림이 더 빨랐던 것이다. 내용의 끝에 '모두 부자 되세요'라는 말에 낚여서 확인없이 퍼 날랐던 나의 성급함이 무안해졌다. 예전에도 행운의 편지는 있었다. 행운의 편지는 시간적으로 연속해서 일어난 일에 대해 한 사물 현상은 다른 사물 현상의 원인이 되고, 그 다른 사물 현상은 먼저 사물 현상의 결과가 되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설득하는 점이다. 그러면서 편지 내용의 지시대로 따를 경우 행운이 오고 그렇지 않을 경우 불운이 찾아온다고 하였다.

필자의 사춘기 시절엔 유행처럼 교실에 번지던 행운의 편지를 저주라도 풀 듯 하나하나 손글씨로 비뚤비뚤 적어서 친구 책갈피에 꽂아두거나 우편함에 넣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 행운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무서운 저주라는 단어와 불행만 피해가기를 안도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문자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행운의 편지' 유형이 다양해졌다. 위의 내용처럼 틀린 내용을 덕담 삼아 그럴듯하게 전해주며 복붙 발송을 종용하는가 하면, 네트워크 게임에서 채팅방에 거짓 게임 정보를 흘리거나 엉뚱한 특수키를 누르게 만드는 유형도 있다. 행운의 편지는 어떤 내용이건 다른 사람들에게 행운을 주려는 것보다는 본인에게 올지도 모르는 불행을 피하기 위한 행위임이 의심이 되어서 받는 사람은 기분이 좋지 않다.

김순덕 수필가

아마도 행운의 편지를 지시대로 나눠준 사람들도 행운이 왔다는 기억보다는 불행을 피했다는 안도감만이 남았을 것이다. 무술년의 출발점에서 엉터리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전한 작은 해프닝이 새해에는 자신에게 좀 더 신중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진정한 나의 '행운의 편지'는 소소하게 도착하는 주변에 있는 작은 행복임을 깨닫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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