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양지식물에게 햇빛은 생존에 절대적이다. 나무들은 땡볕 아래서 제 생명을 수직으로 곧게 세우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나무는 뿌리의 깊이보다 원줄기의 높이를 지향한다. 나무와 햇빛만큼 사람과 격(格)의 상관관계는 크다. 인격과 삶의 질은 농밀한 관계다. 인격은 삶에 대한 감사와 사람에 대한 예의 그리고 남을 무시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이 내뿜는 향기다. 인격의 깊이가 행복과 성공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행복과 성공은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깊이 들어가는 내면의 힘에 있다.

인격의 깊이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지혜로운 처신으로 드러난다. 역경과 시련이 왔을 때의 처신을 보면 인격의 깊이가 가늠된다. 성철 스님은 "어려움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고 말했다. 인격은 지혜로움과 현명함의 대명사다.

숙박업소만 등급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인성에도 등급이 있다. 인성이 여인숙 수준인지 모텔 수준인지 오성급 호텔인지 칠성급 호텔인지 매사 자신을 살펴야 한다. 지배인이 호텔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애를 쓰듯 삶의 본질과 가치를 지켜내며 사는데 필수품인 좋은 인격을 쌓는데 매진해야 한다. 이해인 수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옳게 다스리지 못해 그릇된 선택을 하고 나쁜 일에 중독되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며 일기를 쓰고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사색과 명상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온유한 마음을 가꾸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 부족의 삶을 본적이 있다. 여자들은 육아와 밭일에 한 시간 넘게 걸려 물까지 길어오느라 중노동에 허덕이는데 그 부족 남자들은 긴 곰방대를 하나같이 입에 물고 하루 종일 노닥거리며 할 일 없이 노는 것이 일상이다. 왜 일을 하지 않으냐는 인터뷰에 '남자가 그런 일 하는 것은 창피한 것이라 아내가 고생하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답한다. 인격이 가족과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임을 떠올려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친한 관계일수록 함부로 대하지 않는 존중과 배려의 인격, 허물을 고백하는 부끄러움을 사랑할 수 있는 겸손과 같은 잘못을 반복 하지 않고 사는 인격을 소망해 본다.

인생의 고통과 아픔은 악과 허물에서 온다. 내세울 만한 일이 없고 후회되는 일만 늘어나는 것은 몰인격이 주범이다. 살다보면 제일 힘든 것 중의 하나가 힘을 빼는 일임을 직면하게 된다. 톨스토이는 '선을 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악을 억제하려면 보다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만에서 겸손으로, 고집과 아집에서 온유로, 이기심에서 이타심으로 자신을 내려놓는 연습을 통해 인격은 수양된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삶의 유한성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는다. 인격은 옳게 답하는 것보다 옳게 질문하는 시간 속에서 깊어진다.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고 가장 젊은 날임을 마음에 두고 매일 새롭게 살아내는 것이 인격을 높인다. '보석상은 천 개의 유리구슬보다도 한 개의 다이아몬드를 더 소중히 여긴다.'는 말이 있다. 살면서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것'들을 분별하는 지혜와 단호한 의지로 허물을 줄이며 살 수 있게 해주는 삶의 다이아몬드는 인격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