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무심천에 핀 벚꽃 / 신동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심천을 배경으로 출·퇴근하는 아침, 저녁시간을 좋아하게 됐다. 나무에 새순이 돋는 모습에 봄이 오는 것을 알았고, 벚꽃 흩날리는 계절에는 꽃의 향연을 만끽했다. 알록달록 가을에는 낙엽의 운치를 느꼈으며, 겨울에는 순백의 세상을 만나기도 했다. 사시사철 변화하는 계절의 모습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무심천의 생동감이 좋았다.

무심천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도 공존한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 이른 아침 분주하게 출근을 재촉하는 사람, 벤치에 누워 쉬는 사람, 걷기와 자전거에 심취한 사람들도 있었다. 서문대교는 풍물시장을 어렴풋이 기억하게 하고, 물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배의 형상을 표현한 지금의 상징물은 청주의 야경을 멋들어지게 하는 요소가 됐다.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서 청주에 대해 몰랐던 모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여름 밤에는 첨단문화산업단지에서 열린 열한대의 피아노 콘서트를 찾았다. 어린이들의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협연, 이루마의 환상적인 연주까지 더해져 눈과 귀가 호강했다.

가을에는 문암생태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코스모스의 자태를 구경하며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놓았다. 킥보드 타기에 정신없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한다. 바쁜 일상을 탈출해 시간 속을 유유자적한다. 겨울에는 동부창고에서 열린 스타일 마켓을 찾았다.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와 공연, 음식까지 더해져 아이들까지도 신나했던 곳이다.

대도시의 번잡함은 없지만 공연, 예술 등 문화적 요소가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청주에 요즘은 생기가 살아난다. 덕분에 공연장을 찾을 일도 많아졌고, 일상에서 일할 에너지도 얻고 있다. 유현준 교수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책을 통해서 사람이 도시를 만들지만, 그 도시가 또 다시 사람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도시 구성의 변화는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지만, 불특정 다수의 인간이 만들어 낸 변화들이 모여서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는 도시를 유기체로 비유하고, 도시가 진화한다고 말한다.

진화하는 도시, 청주도 그럴까? 얼마 전, 지역방송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유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전해 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감흥을 받았다. 30여년에 걸친 직지에 대해 알리고자 했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에 닿아 있어서였을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질 직지의 고향이라는 단어가 그날은 왠지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느낄 요소 하나가 더 생겼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도시는 결국 사람들의 삶과 정신, 문화가 녹아 들어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휴식 같은 도시로 청주의 의미를 찾아보면 의외의 재미들이 많다. 무심천의 잔잔한 물결 위에 내려앉은 각양각색의 영롱한 불빛처럼 말이다. 입춘이 지났다. 아직도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새해에는 가족들과 청주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닐 생각에 기대감에 부푼다. 각각의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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