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양식 충북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맞이 나라사랑 기념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삼창 행진을 하고 있다. 2018.02.26. / 뉴시스

최근 3.1운동 100주년이 다가오자, 이곳저곳에서 3.1운동을 기념하는 크고 작은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그 가운데 3월 1월부터 3일까지 3일간 '3.1혁명 100년,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2018년 3.1혁명 100년 대회'는 여러 사회·민간단체로 구성된 3.1민회조직위원회에서 주최한다. 지금까지 3.1운동 기념행사는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이루어진 관제 행사였다. 그런 면에서 '2018년 3.1혁명 100년 대회'는 관 주도에서 민 주도로 3.1운동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전환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매우 뜻깊은 행사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 대회에서 내세운 담론은 평화, 주권,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 등으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종래 3.1운동에 대한 기억과 기념 담론은 일제에 대한 저항, 즉, 항일이라는 독립운동의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그 논리에는 일본에 대한 저항과 민족 자주독립 외에는 평등?인권 등과 같은 다른 근대 가치가 주목되지 않았다. 이같은 저항적 민족주의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뒷받침이 되었지만, 그 때문에 내부적인 모순을 등한시하고 민족보다도 더 중요한 국가 구성원, 개인의 평등과 인권 존중과 같은 근대 가치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하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성 불평등, 사회적 폭력과 개인 가치의 함몰 등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최근 불거진 흙수저론이나 미투운동을 보아도 우리 사회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

이제는 3.1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동학농민혁명이 조선의 적폐를 청산하고 평등과 인권이 존중되는 나눔사회를 이루고자 하였 듯이, 3.1운동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3.1운동과 같은 근대 시민혁명은 설령 일제의 지배가 아니었어도 일어났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다만, 우리의 경우 식민지 지배공간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민족적 모순이 부각되어 자주독립에 민족적 에너지가 집중된 특수성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세 시위를 한 시민들이 오로지 열렬한 애국자가 되어 자주독립만을 외친 것은 아니다. 그들의 가슴 속에서는 인간으로서 누릴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망, 사람이 하늘인 인권 존중의식이 동력이 되어 비폭력 만세시위운동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민족의 눈으로만 바라보던 3.1운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학농민혁명 이후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 도도한 역사 흐름 위에서 터져나온 3.1운동의 함성을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식민지 국가권력의 무자비한 착취와 불평등과 부자유에 항거한 것이다. 그들이 이루고자 한 것은 독립 그 자체가 아니라, 독립 너머에 있는 자유와 평등과 사람다움이었다.

김양식 충북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

이제 습관화된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인간의 눈으로 3.1운동과 그들의 함성소리에 귀 기울일 때이다. 그리하여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지금, 사람 중심의 새로운 기억과 기념을 통해, 사람이 하늘인 세상, 사람 하나하나가 존중받는 평등사회, 사회 원칙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대동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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