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y Sherman-Untitled Film Stills #21-gelatin silver print-25.4 x 20.3cm. 1978

필자는 미술을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한다. 아날로그 아트와 디지털 아트가 그것이다. 마찬가지로 필자는 사진도 아날로그 사진과 디지털 아트로 구분한다. 필자는 앞으로 디지털 사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그런데 아날로그 사진에서 디지털 사진으로 넘어가기 전에 아날로그 사진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할 사진이 있다. '연출사진'이 그것이다. 필자는 '연출사진'의 대표적인 사례로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사진을 들어보고자 한다.

신디는 1970년대 중반 미국 버펄로 소재의 뉴욕 주립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했다. 그녀는 졸업 후 1977년부터 1980년까지 '무제 영화 스틸(Unitled Film Stills)'이라는 타이틀로 연작을 한다. 그녀의 '무제 영화 스틸'은 문자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도록 자신을 변장해 찍은 사진이다. 따라서 그녀의 사진은 흔히 셀프 포트레이트(Self Portrait) 혹은 구성사진(constructed photo)으로 간주된다.

지난 2012년 3월 뉴욕 소더비(Sothebys)에서 열린 현대미술(Contemporary Art) 경매에서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 #21'(1978)이 74만6천500달러(한화 약 8억3천533만원)에 낙찰됐다. 이 사진의 크기는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가로 25.4cm, 세로 20.3cm의 흑백사진이다. 사진 뒷면에는 '시티 걸(City Girl)'이라는 적혀 있다고 한다. 뉴욕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정장과 모자를 쓴 '시티 컬'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 연작은 흔히 '재현'으로 간주하는 것 같아요. 와이? 혹 신디의 사진 제목에 등장하는 '스틸 사진'이라는 용어 때문일까? 혹 신디의 사진이 어느 영화에 등장함직한 이미지로 보였기 때문일까? 혹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 것일까? 그런데 신디는 '스틸 사진'이란 용어에 '무제'라는 용어를 접목시켰다. 와이? 만약 신디의 사진이 특정 영화의 장면을 '재현'한 것이라면, '무제'라는 용어는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다.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 연작은 어떤 모델, 즉 특정 영화의 장면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이 특정 영화의 장면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녀의 사진을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혹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이 어느 영화에 등장했을 것 같은 그런 이미지로 보였기 때문은 아닐까? 흥미롭게도 신디는 1970년대 후반 작업한 사진의 모델을 1950년대 영화 스틸의 분위기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 중반 미국은 흔히 '후기 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1960년대 '팝 아트'의 등장을 고려한다면, 1970년대 미국은 이미지 소비가 아예 일상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그 점에 주목한다면 미국인들에게 1950년대 영화 이미지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을 것이다. 혹 신디는 바로 그 점을 그녀의 작업 컨셉으로 상정한 것은 아닐까? 이를테면 신디는 1950년대 영화 이미지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1950년 영화 스틸을 연상시킬 수 있는 사진 이미지를 제작했다고 말이다.

신디가 우선 관객에게 이미 익숙해진 이미지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그녀는 앤디 워홀(Andy Warhol)에게 빚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신디의 사진에 등장하는 모델은 관객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인물(배우)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홀을 뒤집기 한 셈이다. 누가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에 등장하는 모델을 '마릴린 몬로다' '소피아 로렌이다'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따라서 우리가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을 보고 특정 영화의 장면을 '재현한 것'이라고 믿을 때 바로 신디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 된다.

필자는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에 등장하는 모델의 '시선'에 주목한다. 지나가면서 보았던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 #21'에 등장하는 모델('씨티 걸')의 시선은 화면 밖을 향하고 있다. 만약 여러분께서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을 모조리 조회해 본다면, 모델들의 시선이 한결같이 화면 '밖'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도대체 화면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화면 '밖'을 향하고 있는 모델의 '시선'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자는 화면 '안'으로 들어서고자 한다.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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