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경제부 차장

오전 6시께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이 낙찰 받은 채소와 과일을 정리하며 분주하게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있다./신동빈

올해 핵심 키워드로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부상했지만 소상공인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하루하루 고단하게 일을 해야만 생계를 가까스로 이어갈 수 있기에 자신들의 삶은 포기하고 산지 오래다.

'365 연중무휴 영업'을 하고 있는 충북지역 소상공인들을 취재하다 보면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앞선다. 1년 365일 중 하루도 쉬지 않는 무휴 영업으로 인해 그들의 삶은, 그들의 쉼은, 그들의 여가는 얼마나 잊혀지고 망가졌을까.

청주에서 한 빵집을 운영하는 40대 사장은 새벽 6시반에 출근해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한다. 1년 365일 휴일없는 삶을 살고 있는 그는 가족들의 생일이며 집안의 제사이며, 친구들의 애경사에 함께 해본 적이 없다며 속상해했다.

소상공인들은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혹시나 문을 닫은 사이 손님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손을 놓게 된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인 미만 소상인을 대상으로 '일과 삶의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충북지역 소상공인들의 워라밸은 낙제점이었다. 하루에 무려 10.9시간이나 일을 하고, 쉬는 건 한달에 고작 2.4일뿐이었다. 즉, 오전 9시에 가게 문을 열어 밤 9시에 가게 문을 닫고, 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셈이다. 여가시간은 일반국민의 1/5 수준밖에 누리지 못했다. 충북지역 소상인들이 희망하는 일·삶의 비율은 7대 3이지만, 실제로는 9대 1로 불균형이 심각했다.

[기자수첩] 김미정 경제부 차장

연중 무휴 영업이나 하루 12시간씩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이 '일'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모를 리 없다. 그들도 일과 삶의 균형을 희망할 것이다. 소상공인의 워라밸은 소상공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은 일의 '양'보다는 삶의 '질'이 중시되는 사회다. 소상공인의 삶의 질도 풍족한 사회가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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