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부녀자 살인 등 보도… 경찰 수사자료로 활용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1990년대 충북 청주에서도 귀가하는 여성을 노린 흉악범죄가 자주 발생했다. 당시 중부매일은 가경동 여고생 살인사건, 복대동 부녀자 살인사건 등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주목했다. 이러한 보도는 28년 후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1991년 1월 29일 15면
1991년 1월 29일 15면

1991년 1월 29일에 보도된 본보 15면에는 비슷한 시간에 발생한 가경동 여고생 살인사건과 30대 주부 강도사건이 실렸다.

보도에 따르면 같은 달 26일 범인은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을 인근 공사현장으로 끌고 가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 여고생은 속옷으로 입이 막혀 있었고, 목에 졸려 숨졌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범행수법과 같다.

이 사건 전날 밤, 범인에게 끌려간 30대 주부는 극적으로 탈출해 생존했다. 이 여성은 범인에 대해 키 175㎝의 마른체형, 25~28세, 손이 작고 날씬했다고 묘사(1월 31일 보도)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의 특징과 일치한다.

또 한 주민은 "사건 발생 직후 굴삭기 기사가 현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진범 이춘재는 청주에서 굴삭기 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이춘재의 범행으로 확인된 '1992년 흥덕구 복대동 주부 살인사건'과 '1994년 1월 처제 살인사건'도 본보 사회면에 게재됐다.

1991년 1월 31일 15면
1991년 1월 31일 15면

특히 1994년 사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이 이춘재로 확인된 후 재조명됐다. 본보는 2019년 이춘재를 검거했던 김시근 형사에 대한 단독인터뷰를 통해 그의 검거과정을 자세히 다뤘다.

이러한 보도는 이춘재 사건 재조사에 나선 경찰에게 소중한 자료가 됐다. 1980~90년대 화성·청주 사건의 경찰 수사기록은 제각각이었다. 용의자의 혈액형도, 족적도 모두 달랐다. 수사에 나섰던 형사들도 오랜 세월 탓에 기억에 오류가 생겼다. 연쇄살인범 이춘재의 여죄를 찾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경찰은 중부매일을 비롯한 각종 언론보도를 참고해 사건을 재구성했고, 이춘재를 압박해 자백을 받아냈다.

청주 여성 연쇄살인범이 이춘재임이 확인된 이후 경찰의 강압수사로 살인죄를 뒤집어쓴 윤성여씨 등은 뒤늦게나마 명예가 회복됐다. 윤씨는 지난해 국가가 윤씨에게 1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선 형사보상금을 합치면 총 4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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