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성기능장애 불륜으로 회복?… 선정적 연출 관람객 반발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1994년 연극 '마지막 시도'가 외설 논란에 휩싸였다. 자극적인 대사는 물론, 배우들이 나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침대 위에서 연기하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연극 '마지막 시도'의 줄거리는 이렇다. 1년 넘게 부부생활을 하지 못한 중년남성 A씨에게 의사 친구는 "새로운 상대를 만나봐라"고 권유한다. 그러던 어느 날 A씨 앞에 연극배우 B씨가 나타난다. 둘은 서로 호감을 갖게 됐고, A씨의 병은 낫게 된다. 하지만 이 일은 모두 A씨의 아내가 남편 병을 고치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중년남성의 성기능장애를 불륜으로 회복한다는 것이 이 연극의 핵심 메시지다.

중부매일은 1994년 1월 29일자 신문 15면에 '연극 마지막 시도 외설 시비'라는 기사를 보도하며, 연극을 본 관람객들의 반응을 다뤘다. 당시 기자는 "스토리전개를 보면 성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중년남자의 강박관념을 추적한 리얼리티 연극이지만, 연기의 일부분과 대사만을 떼어놓고 보면 관객들에게 외설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떼어놓고 본 대사는 '잠깐인가 긴밤인가', '발끈 성내는 것 없이 금방 죽어버린다' 등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침대 위에서 포개진 남·여 배우의 모습도 논쟁거리였다.

"연극 내내 20대 관람객들이 헛기침과 마른침을 유난히 삼켜댔다"는 생생한 표현은 연극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공연유리위원회는 중부매일에 "지난 1989년 공연윤리법이 개정되면서 성인극에 관한 사전심의가 완전히 철폐됐다"며 "현재 외설여부는 사법부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외설여부는 사법부 소관이다"라는 말은 결국 현실이 됐다. 1997년 3월 서울경찰청은 '속 마지막 시도'를 연출한 김모씨와 극단대표 강모씨를 구속했다.

'속 마지막 시도'는 관객 3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10억원 이상 순수익을 낸 '마지막 시도'의 후속작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마지막 시도'와 같다.

경찰은 "연극 전체 진행이나 주제와 상관없이 성행위를 노절적으로 묘사, 알몸을 노출해 관객들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켜 형법상 음란죄에 해당한다"며 구속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연극을 연출한 김씨와 강씨는 는 1년 후인 1998년 2월 21일, 연극 줄거리를 그대로 가져온 영화 '마지막 시도'를 내놓으며 경찰수사에 반발했다. 김씨는 독고영재, 노현정, 허준호, 김주영, 박준규 등 인기스타들을 내세웠다. 또 2009년에는 연극 이름을 '오! 제발'로 바꿔 다시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말초신경을 자극한 돈벌기에 급급한 음란쇼'라는 비판과 '관객과 연극계의 자체판단에 맡기면 된다'는 의견이 대립했던 외설 연극은 결국 관객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았다. 또 연극에 대한 각종 논란이 터질 때마다 법과 예술의 경계를 논하는 주요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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