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경제] 6. (주)휴먼케어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기저귀를 착용하지 않는 요양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5일 청주 오창읍에서 만난 사회적기업 (주)휴먼케어 송유정 대표의 말이다. 송 대표는 "기저귀가 사람의 존엄을 상징한다"면서 "기저귀를 착용하지 않고 자존감을 회복한 어르신들을 보면 흐뭇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역과 함께하는 사회서비스제공형 사회적기업 (주)휴먼케어를 찾았다./ 편집자


우리사주 공동체 회사

(주)휴먼케어는 사회적기업육성법(2007)인 만들어진 이듬해 충북 사회적기업 50호 인증기업으로 출발했다.

농촌지역 복지사각지대 해소 및 저소득 주민들의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면서 현장서비스 인력이 '우리사주'로 참여하는 사회서비스전문 공동체 회사이기도 하다.

우리사주는 몇몇 소수의 자본가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이 각자 개미주주로 회사의 주식을 나눠 가지면서 경영에 참여하는 민주적 경영을 지향한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인 전국 최초의 우리사주형 사회적기업이 바로 (주)휴먼케어다.

설립 당시 노인과 장애인으로 시작된 사회서비스는 현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과 복지용구·장애인 보조기기 렌탈 서비스, 시설서비스인 노인요양원, 노인주·야간보호서비스까지 확대됐다. 이동목욕차량을 이용한 방문목욕, 복지용구 임대서비스까지 종합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송유정 대표는 "방문형 서비스가 필요하면 휴먼케어를 적극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생애주기별 종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충북 최대 규모의 사회서비스 전문기업 (주)휴먼케어. (주)휴먼케어 주주는 현장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과 실무자들, 지역사회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다. (주)휴먼케어는 회사에 이익이 생기면 매해 1회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 현금 배당도 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구조다.


좋은 일자리 좋은 서비스

송유정 대표는 "좋은 일자리에서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 사회적 돌봄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주)휴먼케어의 종사자들은 요양원에 입소하는 모든 입소자를 가족처럼 대하고 있다.

돌봄사회서비스 네트워크로 지역사회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기기사업 활성화를 통한 사회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모델을 만들어 충청권 최대규모의 종합돌봄사회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주)휴먼케어의 뿌리는 충북청원지역자활센터 재가 간병(가사간병방문도우미)사업단이다. 이후 2007년 청원지역자활센터 부설 청원군사회서비스지원센터를 거쳐 2008년 주식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나선 지 올해로 10년째. 지난해 연말 (주)휴먼케어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전국 352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장애인활동지원기관평가'에서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좋은 일자리가 어떻게 좋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지 입증해 보였다.

장애인활동지원은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신체활동과 가사활동,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청주시 등록장애인 3만8천864명 가운데 1천400여명의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주)휴먼케어는 장애인활동지원기관 평가에서도 최우수 평가를 받으면서 노인 장기요양 최우수기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최우수 기관 선정에 이어 충청권 돌봄서비스 선두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돌봄 제도적 보완 기대

송유정 대표는 대규모 집단주의 케어를 하는 대부분의 요양시스템에 비판적이다. 비용 대비 효율에는 맞을 수 있지만 인간의 존엄을 생각하는 케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저귀를 착용하고 입소한 어르신들도 (주)휴먼케어 요양원에 입소하면 기저귀를 착용하지 않고 화장실에 가는 자립훈련을 해야 한다. 그만큼 돌봄 서비스 종사자들은 일이 고되지만 가치 있는 일로 여기고 있다. 15명 정원 가운데 현재 주간보호를 받고 있는 어르신은 모두 9명. 100세가 넘은 2명의 중증어르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자립에 성공했다.

"공간이 넓어도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아요. 냄새가 난다는 것은 제때 기저귀를 갈아드리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획일적으로 케어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과정에서 욕창도 챙길 수 있죠."

간혹 낙상 위험을 이유로 중증 어르신을 결박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가치관은 시설 운영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실제 이날 요양원에서 만난 100세 어르신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내내 마주 앉은 직원의 손목을 꼬집고 간헐적으로 침을 뱉기도 했다. 치매를 앓고 있다고 했지만 인내가 필요한 케어로 보였다. 올해 103세가 됐다는 또 다른 어르신은 가슴 안전벨트가 없으면 휠체어에도 앉을 수 없는 상황.

보통의 요양원이라면 누워 있도록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이곳에선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 다른 입소자들과 함께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존엄을 위한 케어'를 강조하는 송유정 대표의 다음 목표는 공간 이전이다. 도심 속 빌딩이 아닌 자연을 느낄 수 있고 흙을 밟을 수 있는 공간에서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것이다.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직원들에게는 장기 근속 수당을 지급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전환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다. 송 대표는 "좋은 일자리가 좋은 서비스를 견인하는 것은 맞지만 좋은 일자리를 위해서는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복지기관과 같은 일을 하고 있고,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지방비 감면 조항이 있음에도 세목이 구체적이지 않고 주식회사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과세를 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주)휴먼케어를 "폐쇄적 시설보다 지역과 함께 만들어가는 모델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송유정 대표. 걸어온 10년만큼 앞으로 걸어갈 10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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