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선도농협을 찾아서] 3. 강내농협

청주시 흥덕구 강내농협 직원들이 '농업인을 배려하고 소비자를 생객하는 행복나눔터' 로컬푸드 매장에서 환한 웃음으로 우리 농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 김용수
청주시 흥덕구 강내농협 직원들이 '농업인을 배려하고 소비자를 생객하는 행복나눔터' 로컬푸드 매장에서 환한 웃음으로 우리 농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농민운동가, 마을이장, 군의원, 군의장, 사회단체 활동가 그리고 조합장.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위치한 강내농협 조방형 조합장의 이력을 요약하면 이렇다. 조방형 조합장은 38년째 낙농업에 종사하면서 20대에는 농민운동가로, 40대에는 지방의원을 거쳐 의장으로, 60대에는 고향에서 농협 조합장에 당선되며 농업과 농촌, 농민 살리기에 앞장서 왔다.

현장에서 다져진 경험은 농협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면단위 농협에서 출발해 지금은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강소농협으로 발돋움한 강내농협. 작지만 강한 농협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조방형 조합장을 만났다. / 편집자

 

#지방의원 의장 출신 농민 조합장

청주시 흥덕구 강내농협 조방협 조합장이 로컬푸드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지역 농산물의 우수한 품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용수
청주시 흥덕구 강내농협 조방협 조합장이 로컬푸드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지역 농산물의 우수한 품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용수

조방형 조합장을 설명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식어가 바로 농민이다. 38년째 낙농업에 종사하면서 단 한번도 농민이라는 타이틀을 잊어본 적이 없다.

농민이 살아야 농촌도 살고, 농촌이 살아야 농업도 살 수 있다는 협동조합 정신을 조 조합장은 어린 시절부터 경험으로 체득했다. 농사는 운명처럼 시작했다.

"아버님께서 쓰러지셔서 중학교 때부터 11남매의 가장 역할을 했습니다. 할 수 있는게 농사뿐이었죠. 청주농고를 진학해 새로운 농촌 지도자가 돼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졸업후 소를 키우는 농가가 많지 않았던 시절, 처음 경운기가 나왔을 무렵,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시작한 것이 낙농이었다. 축산을 전공하고 젖소를 키우면서, 또 마을이장과 농민운동가로 활동하면서 농촌 문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조방형 조합장이 농협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강내농협 창립 10주년이 되던 해였다. 처음 조합원에 가입한 이후 농협에서 농촌의, 농업의 미래를 확인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게 됐다.

하지만 할 일이 많았다. 20대에 시작한 농민운동은 30대에 농민후계자로, 40대 지방의원으로 활동영역이 넓어졌고, 50대에는 농민단체와 사회단체 활동을 하며 지역을 살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60대 고향인 강내농협에서 조합장 선거에 도전해 당선됐다. 강내농협의 개혁과 변화는 이때부터 본격화 됐다.

조방형 조합장이 가진 농민, 지방의회 의원, 의장 경력은 농촌 현실과 정치, 행정을 이해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혁신과 과감한 투자를 주창했지만 결코 혼자 가지 않았다. 더디더라도 조합원들을 설득하며 느린 걸음을 택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 규모화였다.

"과거 농협은 영세하고 규모가 작아서 조합원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사업해서 직원들 월급 챙겨주는 정도였죠. 어느 순간 규모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농민들이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협동조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조합원이 잘 사는 농협, 조합원을 위한 농협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종합청사와 로컬푸드를 하나로

강내농협 로컬푸드 매장 / 김용수
강내농협 로컬푸드 매장 / 김용수

첫 결실이 종합청사였다. 지난해 6월 강내농협은 고령의 조합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종합청사를 신축하고 하나로마트와 함께 로컬푸드 매장을 개장했다. 금융업무와 장보기가 한 자리에서 이뤄지는 공간이 구현된 것이다.

특히 로컬푸드와 하나로마트가 연결돼 있다보니 이용객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6개월만에 하루 평균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로컬푸드와 하나로마트 매장을 이용하게 됐고, 하루 평균 매출도 250만원에서 3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좋고,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개점 1주년을 맞이한 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는 현재 품목과 출하 농민 수를 늘려가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조방형 조합장이 주력한 또 한가지는 조합원 환원사업이다. 농촌노동력의 지속적인 감소와 고령화 속에서 농민 조합원들은 소형 농기계 수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직접 찾아가서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농기계 이동정비 영농회 순회 정비'는 이렇게 시작됐다.

사전 전검과 수리를 지원해 농작업시 안전사고를 방지하도록 했고 무상수리를 통해 부담을 줄여줬다. 2천㎡ 이상 농지에 대해서는 항공방제를, 집중호우로 인한 농경지 피해 시에는 굴삭기를 지원했다. 농작업(논·밭 로타리, 두둑만들기 등) 대행서비스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했다.

조방형 조합장은 "농업·농촌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인력부족과 농업 생산비 절감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내농협의 성장 비결에는 '확실한 조합원 환원' 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직원들의 급여를 제외한 100%를 조합원에게 다시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 조 조합장의 생각이다. 원로조합원을 위한 유류비 지원, 조합원 자녀를 위한 장학사업,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나눔행사'까지 사회공헌 활동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내농협 첫 여성아카데미를 개장했고, 음식치유 건강강좌를 마련하는 등 여성농민 지원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 옆에 마련한 '행복모음카페'는 여성주부모'임 회원들과 여성농민들의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 목표

청주시 흥덕구 강내농협 조방협 조합장과 직원들이 로컬푸드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지역 농산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 김용수
청주시 흥덕구 강내농협 조방협 조합장과 직원들이 로컬푸드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지역 농산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 김용수

오는 7월초면 조합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농협주유소가 준공한다. 면세유류를 취급하는 주유소를 농협이 직접 운영하면서 정품·정량을 표방하고 유류 가격의 안정화와 고품질화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강내농협 49년의 역사 이래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이끌었던 조방형 조합장은 올해의 키워드로 창의정신과 협동정신을 꼽았다. 올해도 조합원 복지와 농촌, 농업발전을 위해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포부다.

지역 어르신과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은 특히 범위가 넓어졌다. 관내 경로당 운영비 지원, 사랑의 고추장 나누기, 김장김치 나누기, 인재양성을 위한 인근 충청대 발전기금 6천500만원 기탁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오창 소재 연구기관에 2천만원의 지역기업 활성화 지원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1969년 12월 면단위 작은 농협으로 시작한 강내농협은 반백년 역사가 흐른 지금 조합원 1천476여명(준조합원 6천426명), 총자산 1천911억원을 자랑하는 작지만 강한 강소농협으로 성장했다. 오송첨복단지와 KTX 오송역, 세종시가 인접해 성장 가능성도 큰 곳이 또한 강내농협이다.

조방형 조합장은 농업이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조방형 조합장은 "앞으로 강내농협은 창립 반세기 50년을 잘 맞이하고 100년을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경제사업 활성화와 조합원 영농지원 사업을 강화해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농가소득 5천만원을 조기에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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