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의 국토부 종합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의 국토부 종합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KTX 세종역 신설 논란에 합리적이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엊그제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KTX 세종역 신설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정부가 소모적인 논란과 논쟁에 쇄기를 박겠다는 매우 의미 있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김 장관은 세종역 신설의 부당성을 주장한 박덕흠(자유한국당/보은·옥천·영동) 의원의 질의에 "세종역을 신설한다고 말씀드리기엔 현재 상황에선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전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쳤지만 세종역 신설이 타당하다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당연한 발언이다.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인 용역을 통해 세종역 신설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 불과 15개월 전이다. 1년여 만에 타당성 조사가 뒤집어 진다면 경제논리를 철저히 배제한 정치논리가 된다.

특히 김 장관은 "세종역 신설은 지역 간 합의도 필요하고 열차운행의 효율성, 중복투자 문제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며 "현재 국토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약간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정확하게 본 것이다. 김 장관의 지적대로 세종역 신설은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이다. 중복투자로 귀중한 혈세만 낭비하고 충청권 대립과 갈등만 조장하게 된다. 무엇보다 KTX 오송역 건설의 취지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 완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오송역을 KTX 분기역과 세종시 관문 역으로 결정한 것이 바로 현 정부의 모태(母胎)인 노무현 정부다.

이런 내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당선만을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최근엔 이춘희 세종시장이 세종역 신설론에 가세했으며 일부 호남권 의원들도 천안∼서세종∼공주를 잇는 호남선 KTX 단거리 노선의 신설을 주장해 논란을 확산시켰다.

KTX 단거리 노선을 신설하려면 수조원의 천문학적인 국민혈세가 투입된다. 여당 대표가 정치적인 파워를 앞세워 KTX역을 새로 만들겠다고 나서고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주장 때문에 중복노선을 깔아야 한다면 고속전철은 저속전철이 되고 전국은 공사판이 될 것이다. 과거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인 힘을 과시하기 위해 경제성도 없는 지방공항을 만들었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도 아직도 이 같은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이게 한국 정치인들의 수준이다. 정부 방침이 정치적인 역학관계와 힘의 논리에 따라 바뀐다면 그 누구도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세종역 신설논란에 "충청권 자치단체의 합의에 따르겠다"고 밝혔고 이번 국감에서 김 장관은 "세종역 신설이 타당하다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못을 박았다. 대통령과 주무 장관이 언급했으니 이게 정부의 방침이다. KTX 세종역 신설 논란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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