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미륵대불의 모델은 석굴암 본존상
근현대 한국 최고 공공 조형미술

김복진은 신라의 '석굴암 본존상'을 통해 그 정신을 계승한 전통으로 '법주사의 미륵대불'을 조성했다.

법주사 미륵대불 조성과 관련한 글(1939년 1월 10일 조선일보)에 '조선에서는 처음이라 외국에서도 보기 드믄 큰 것을 제작키로 됐다. 재료는 콩크릿으로 하는데 돌로 쌓아 가지고 콩크릿으로 하는 것으로 독일의 괴스막이 이런 재료로 만들었다 한다. 이 미륵대불은 조각이라기 보다는 건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체격이 건전한 미륵을 만들려는데 옛날의 우리조각으로 말하면 '신라 것'에 가까운 것이 될 것입니다.'라고 김복진은 말하고 있다.

김복진은 도쿄에서 조각 수업을 마치고 귀국 직후 제일 먼저 찾은 곳이 토함산 석굴암이다.

아마도 우리 뿌리문화 전통에 대해 갈구하고 종교를 통한 공공 조형성의 제일의 상징조각인 석굴암 본존상의 정신을 찾고 느끼려 했던 것 같다.

그는 단순히 감상만 한 것이 아니고 '경주 석굴암 스케치'(1925년 7월 1일 시대일보)로 그의 그림과 함께 그 인상기 석굴암 본존상을 소개한다.

그리고 예술을 통한 독립운동으로 5년 6개월의 수감 생활을 하면서도 밥 덩어리와 나무로 수많은 작은 불상을 만들었다.

출옥 후 법주사 미륵대불상 제작 전에 석굴암을 다시 찾아가 석가본존상을 깊이 관찰하고 연구한다.(법주사 미륵대불의 원형에서 보면 상단조형의 육계, 나발, 안면의 이마, 눈, 코, 귀, 입, 볼, 턱, 삼도, 어깨, 가슴, 천의 걸침까지 석굴암 본존상을 꼭 빼어 닮게 표현했다.) -석굴암에서 석가모니 본존상으로 계시다 법주사로 현세에 일어나 미륵부처로 오신 듯 -

"'신라 것'에 가까운 것이 될 것입니다." 법주사 미륵대불 제작 전에 한 이 말은 김복진의 작가정신으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이 깃든 소리이다.

신라의 김대성이 석굴암을 조성중 마무리 못하고 세상을 떠났듯 김복진도 법주사 미륵대불을 거의 완성에 이르렀으나 마무리 짓지 못함은 똑 같은 상황이 된다. 그 후 김복진이 그토록 염원하던 우리민족이 독립이 되고 제자들과 그 후배 작가들에 의해 많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오늘에 이르러 '금동미륵대불상'으로 회향케 됐다.

미륵의 세상은 오는가?

'미륵'은 범어의 음역으로 '자비에서 생긴 것' 이라는 의미이다.

현재의 부처님인 석가부처에 이어 다음 대에 부처가 되는 당래불 미래의 부처 '미륵부처님'인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통해 보면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대에 미륵에 대한 신앙은 민중의 지지를 받아왔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미륵의 출현을 바라는 다수의 민중들에게 미륵부처는 민간 신앙체의 중심이었다.

일제의 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대적 소망의 행위로의 믿음대상이 법주사 미륵대불이 될 수 있도록 김복진 선생은 토함산의 석가 부처님이 시대를 넘어 속리산 법주사로 청년 미륵이 되어 주시길 간곡히 기원 하셨다고 나는 믿는다.

법주사 미륵대불은 우리나라 근 현대 최다 조각가가 참여한 공공 미술작품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최초의 원형 보다는 조금 변형 됐지만 작품의 근간은 닮아있고 기존 불상에서 찾기 힘든 실제 인체에 가깝게 표현한 상호와 손 법의의 표현은 원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처음 또는 옛것만을 고집하거나 향수해서는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대적 아픔의 역사도 나의 것이지 남의 것이 될 수 없다.

누가 뭐라 해도 법주사의 시멘트 미륵대불이 김복진의 작품이듯 금동미륵대불도 김복진의 조각이다.

문화의 용어에서 전승과 전통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변화 없이 그대로의 모습과 정신을 계승 표현 하는 것을 전승이라 정의하고, 전통은 우리의 소중한 옛것을 시대적 환경과 쓰임으로 하는 이들의 요청에 따라 표현에서 더하거나 감해 변화를 가져 왔지만 옛것의 정신 근간이 살아있는 문화의 일체를 우리는 전통 문화라 한다.

정창훈 조각가<br>
정창훈 조각가

천년동안 묻혀있던 석굴암을 암울한 일제시기에 찾았듯, 오늘 우리는 속리산의 청년 미륵을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찾아보아야 하겠다. / 정창훈 조각가 (전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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