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 2년 넘게 한푼도 못받아… 재산권 침해 논란

국사산업단지㈜가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 선고공판이 23일 청주지법에서 열리는 가운데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국사리 입구에 국사산업단지 추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김용수
국사산업단지㈜가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 선고공판이 23일 청주지법에서 열리는 가운데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국사리 입구에 국사산업단지 추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죽기 전 자식들에게 부모 노릇 제대로 해보겠다던 마을 할머니께선 토지보상금을 구경도 못 하고 돌아가셨습니다."

"두 달 후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말을 믿고 대출을 받아 자식 혼사를 치렀으나 2년 넘도록 대출이자에 허리가 휠 정도입니다."

국사산업단지 조성지로 묶인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국사1·2리 마을 주민들의 전언이다.

사업시행자 지정된 국사산업단지㈜는 2013년부터 마을을 돌아다니며 산업단지를 조성할 테니 땅을 자신들에게 팔아달라고 요청하고 다녔다고 한다.

실제로 2017년 11월 산업단지계획 승인이 이뤄졌고 마을 주민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산업단지 조성공사 및 기반시설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토지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토지매매계약을 해 주면 바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보상을 시작하겠다는 사업시행자의 제안에 따라 주민대책위를 만들어 2018년 7월 토지매수협의계약서를 만들었다.

토지소유자 302명 중 46%가 계약서를 썼고, 계약서 복사본은 사업시행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보상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사업시행자는 2년 동안 한 달 후, 보름 후, 다음 주에 보상금을 주겠다며 매번 같은 식으로 상황을 모면했다고 한다.

사업시행자의 말을 믿은 한 주민은 계속 농사를 짓기 위해 계약금 500만원을 주고 산단 예정지 주변에 땅을 계약했으나, 잔금을 치러야 할 보상금이 들어오지 않아 결국 이 돈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사업시행자와 한 계약 때문에 농업기반공사의 토지위탁 저금리 대출 대신 시중 은행을 이용하면서 이자에 치이고 있다고 했다.

시행자가 보상금을 주면 해결될 일이지만, 아무 소식이 없어 그동안 3천만원의 이자를 물어냈고 이 돈은 자식들이 농사를 지어 갚고 있다고 했다.

보상금 한 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마을 어르신도 4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마을대책위 정기옥 위원장은 "그동안 사업시행자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이뤄진 게 없는 만큼 사업이 무산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마을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사님들이 이 같은 고통을 헤아려줘 더는 주민들에게 상처 주지 못하도록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주민대책위를 비롯해 토지소유자, 마을 주민들은 피해 사례와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요구한 내용 등이 담긴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호소를 들은 한범덕 시장은 법원에서 사업시행자 지정취소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했지만, 주민 보호가 시급하다는 관련 부서를 요청을 받아들여 새로운 사업자 지정 추진을 승인해 줬다.

한 시장은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으니 계획한 대로 완벽히 추진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해 달라고 적극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