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위한 배려 결정체 '공공 사인 시스템'

벨기에 브뤼헤의 안내사인.

우리는 매일 도시의 다양한 공공시설물을 이용하며 생활한다. 대중교통, 버스정류장, 자전거 도로, 각종 표지판, 스트리트 퍼니처, 그리고 이동 약자의 경우는 유모차나 휠체어 등. 자전거는 선진국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자동차 전용도로 옆에 자전거 도로가 같이 운용되어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도로교통 법규에도 자전거가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자전거 공유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 일상에서 자전거 사용은 부담이 없다. 반면 국내의 경우, 시외 지역 일부에서만 원활하고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시내의 경우는 세심한 시공 부족과 협소한 공간구조 등으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다양한 위험요소를 극복해야 하는 중압감을 가지게 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사인시스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사인시스템.

이렇듯 우리의 공공디자인은 항상 1차 목적과 기능적인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어 선진국의 합리적이고 기능적이며 도시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 원리에 충실한 것과는 비교가 된다.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의 통일된 디자인과 타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 등이 바로 그 도시의 이미지와 정체성의 표현이며 가장 중요한 매력 요소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국외 도시 중 에이지 프랜

일본 록본기 힐스의 도심 속 휴식공간

드리와 유니버설 디자인 그리고 공공디자인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기억나는 곳은 여러 곳 있지만, 그중 호주 브리즈번의 접근성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호주 제3의 도시이며 퀸즈랜드(Queensland) 주도(主都)인 브리즈번(Brisbane)은 화창한 아열대 기후와 독보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갖춘 현대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도시이다. 브리즈번 시내를 관통하고 있는 브리즈번 강가에 위치한 사우스 뱅크(South Bank)에는 다양한 종류의 엔터테인먼트와 레크리에이션, 인공 해변 등이 있어 각종 레저 활동이 가능하며, 레스토랑, 카페, 부티크, 박물관 및 갤러리들이 모여 있다.

호주 멜버른의 트렘 시스템

2010년 이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브리즈번의 거리를 걷다보면 도시 사용자들이 각종 문화시설이나 다양한 조건의 공공시설에 접근하기 쉽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천연연료를 사용하고 장애인이 쉽게 승·하차할 수 있는 시내버스 구조와 환승 시스템, 도시를 가로지르는 브리즈번 강을 활용한 수상택시 개념의 시티 캣(City Cat), 도시의 오피스빌딩 지하를 관통하는 철도, 도시 곳곳의 자전거 공유 시스템 등 진정으로 도시 사용자를 위한 유기적인 환경 구성에 감탄하게 된다. 공공 사인(간판류)의 정기적인 디자인 업그레이드는 물론 에이지 프랜드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이 잘 적용된 모범도시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러한 모든 것들이 도시 사용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일관된 도시디자인 정책의 결과라고 보인다.

호주 브리스번 다국어 병기 안내사인.

지금까지 도시의 계획과 발전은 주로 남성에 의해 남성의 관점으로 설계되고 형성되어 왔다. 따라서 도시계획, 도로, 교통,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시각과 아동, 노인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의 경험이 반영된다면, 모두가 일상적인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평등한 생활환경과 아름다운 거리 조성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브리즈번의 도시 공공디자인 시스템은 호주와 세계의 공공디자인과 유니버설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영국 브리스톨의 구직안내정보 시스템.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하고 살기 좋은 환경에 대한 욕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에이지 프랜드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동과 여성의 행복한 삶을 촉진하는 아동·여성 친화도시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책임감 있게 해결하여야 한다. 글로컬 시대에 각 영역에서 조화롭고 합리적인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관점의 해법 도출이 요구되고 있다.

장효민 교수

아울러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의 이미지나 시설물에 대하여 좀 더 세심한 배려와 함께 에이지 프랜드리와 유니버설 디자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더욱 풍요롭고 생활하기 편리한 도시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정책과 실행은 선진국에 비해 항상 일관성과 합리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합리적인 도시디자인 개념과 접근성을 위하여 도시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 다양성을 포용하고 지속 가능하며 글로벌 감각에 맞는 디자인 정책 실행이 필요하다. /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박물관장,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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