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거리 충주 비공식 모임 참석… 도 "대응 1단계 지사 지휘권 아냐"
환경 뒷전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공약 무색… 현장 찾은 오세훈과 대조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충북 제천 산불 당시 술자리를 가져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산불상황을 실시간 보고받고도 술자리 참석을 강행해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제천 산불은 김 지사 취임 이후 도내 최대 규모의 산불인데다가 현재 산불조심기간(2월1일~5월15일)으로 산불재난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중인 상황이다.

더욱이 김 지사가 대표공약으로 충북의 산, 강, 호수 등 자연환경을 관광화하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내걸고 있지만 정작 산불이 발생하자 자연 소실·훼손에는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충북도 보고체계 문제없었나

지난 30일 오후 1시 10분께 제천시 봉황산에서 시작된 불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모습. /중부매일DB
지난 30일 오후 1시 10분께 제천시 봉황산에서 시작된 불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모습. /중부매일DB

제천 봉황산 산불은 지난 3월30일 오후 1시6분 신고된뒤 풍속 4㎧로 번지기 시작해 20시간만인 다음날 오전 9시25분 진화됐다. 산림 22㏊가 불에 탔고 22가구가 대피했다. 당시 김 지사는 30분 거리의 충주에서 충북도립교향악단 공연(저녁 7~9시)을 참관한뒤 밤 9시30분부터 충주지역 비공식 모임에 참석했다. 당시 산불진화율은 오후 6시13분 70%, 밤 9시10분 85%였다고 도는 밝혔다.

김 지사가 제천산불 발생을 처음 알게 된 시각은 불이 난 지 30분도 되지 않은 오후 1시30분이었다. 이후 첫 대면 서면보고(오후 3시20분)를 비롯 수십차례 산불상황을 전달받았다.  보고 등 충북도의 재난대응체계는 정상 작동했다. 그럼에도 지사는 산불현장이 아닌 충주 비공식 모임 자리로 향했다. 당시 모임사진에는 테이블 위에 술병이 놓여있고 김 지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달 30일 밤 충주의 한 식당에서 술자리를 갖고 있다. /독자제공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30일 저녁 충주에서 열린 비공식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 독자제공 

도에 따르면 산불 등 각종 사건사고 발생 시 도지사, 부지사, 실·국장 등 도청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간 재난문자를 발송해 상황을 공유한다. 도 관계자는 "산불이 나면 5분 뒤쯤 지사를 포함한 도청 간부들에게 문자로 전파된다"고 말했다.

도 환경산림국 관계자는 "지사가 충주 모임 일정을 소화할 당시에는 제천 산불이 80% 이상 진화된 상황이었고 방어선이 구축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도는 이튿날 해명자료를 통해 "도립교향악단 공연 종료후 산불진화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일정돼있던 충주지역 청년모임에 참석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출산정책, 정주여건 마련 등 도정시책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30일 오후 1시 10분께 충북 제천시 봉황산에서 시작된 불이 20여 시간만에 진화됐다. 사진은 산불진화중인 산불진화대원. / 산림청
지난달 30일 제천시 봉황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대원이 불을 끄기 위해 야간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 산림청

이번 산불은 지휘권이 도지사가 아니어서 지사의 현장방문은 불필요했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다.

산불대응 지휘권은 1~2단계는 시·군·구청장, 3단계에서는 시·도지사 또는 산림청장이 갖는다. 단계별 발령권자는 산림청장이다. 도는 당일 오후 4시께 산불 1단계 대응을 제천부시장에게 지시했다. 이에 제천시 부시장이 지휘하는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를 봉양읍 명도2리 마을회관에 설치하고, 도와 산림청, 소방당국과 함께 산불진화헬기, 진화차량, 소방차, 진화대원 등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김연준 도 재난안전실장은 "이번 제천 산불은 대응 1단계에서 인명피해가 없고 안정화단계로 접어들어 도지사의 산불현장 방문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현장방문 시 불필요한 의전·보고·수행 등 지휘체계의 혼선을 우려해서였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인왕산에서 산불이 나자 오후 2시 20분께 현장에 도착해 부암동주민센터에서 현장 지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2일 서울 인왕산에서 산불이 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즉각 현장을 방문, 상황을 지휘해 김 지사와 대조를 이뤘다.

 

대표공약-행동 '엇박자'

김영환 지사의 이번 행보는 '엇박자 행정'을 드러냈다. 산 강, 호수 등 자연자원을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대표공약이 무색하게 자연환경 소실·훼손에 대해선 뒷전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번 산불은 김 지사 취임후 도내 최대 규모의 산불이었고 재난의 예측불가특성과 재발방지 차원에서도 현장방문이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지사는 대표공약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위해 351개 사업에 총 9조2천482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로드맵을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레이크파크(水), 마운틴파크(山), 시티파크(人) 등 3개 분야별 전략사업이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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