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길 곳곳마다 '사비 백제시대 숨결' 고스란히

편집자

도보여행은 자전거나 자동차 따위의 탈것을 타지 않고 걸어서 하는 여행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부여군이 차별화된 관광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펼치고 있는 다양한 테마관광 사업 중에 '백마강을 따라가는 여행'(2월 15일 자 보도)', 수학여행'(3월 8일 자 보도) , '산성을 돌아다니며'(3월 22일 자 보도)에 이어 부여군 도보여행 코스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부여 도보여행 코스
부여 도보여행 코스

 

백마강길 코스(24km, 소요 시간:10시간)

백마강길은 백마강을 둘레로 하는 탐방로로서 찬란했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부소산의 북쪽 편을 감고 도는 백마강은 규암면 호암리 천정대 앞에서 세도면 반조원리까지 약 16km 정도에 이르는 금강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백마강길은 금강의 자연 수변공간을 활용하여 조성된 탐방로로서 녹색성장의 원동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부소산성을 시작으로 하는 탐방길을 걷다 보면 백제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재들을 접할 수 있어 마치 나도 그 옛날의 백제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백마강길을 거닐며 강에 얽힌 문헌이나 전설, 시가 담긴 석재시비를 감상하면서 백제의 흥망을 묵묵히 지켜본 백마강처럼 우리도 찬란했던 백제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백마강길은 탐방의 발걸음을 멈출 때마다 옛 백제의 고도인 부여와 백마강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좋은 길이다.
 

부소산길(2㎞)

부여의 진산(鎭山) 부소산은 부여의 배경이자 사비 백제의 최후 보루, 백제 왕실의 후원 역할을 했던 곳이다. 서울로 치자면 경복궁의 백악산과 창덕궁의 후원에 빗댈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부소산성은 부소산 정상과 능선을 따라 흙으로 쌓았으며, 성의 총 길이는 2495m에 이른다. 부여로 도읍을 옮긴 백제 성왕 16년(538) 이전에 축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시대 때의 이름은 미상인데 언제부터인가 성이 위치한 산 이름을 따서 부소산성이라 부르고 있다.

'부소'는 백제시대 언어로 '소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부소산성은 평상시에는 왕궁으로 이용되었으며, 전란시에는 왕궁을 방어하는 최후 거점 역할을 하였던 사비백제시대의 대표적 산성이다. 처음 입구에 들어서면 "백마강길"이란 아치가 보이고 조금 더 걸어가면 안내소에서 문화유산 해설사가 탐방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부소산은 해발 106m의 낮은 산이지만 아치는 우리에게 그리 만만하지 않을 산이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어슬렁거리며 이 산의 한적하고 유아한 맛을 느끼겠다' 는 가람 이병기 선생님도 '낙화암 가는 길'에서 부소산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기엔 조그마한 단조한 산인 듯하더니 이제 올라와 보니 적으나 복잡하고 아득한 산이다"라고 평했다. 부소산은 가는 곳마다 백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산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백제의 세 충신 성충 , 흥수, 계백을 기리는 삼충사(三忠祠)이다.

특히, 부여 하면 낙화암, 고란사, 백마강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낙화암은 부소산성이 나당 연합군에 의해 함락되자 삼천궁녀가 수십 길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황당한 구석이 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적군에게 항복하느니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는 우국충정의 몇 사람이 자결한 현장이라고 하면 훨씬 귀가 솔깃해질 것 같다. 삼국유사에는 사람이 떨어져 죽은 바위라는 뜻에서 이곳을 '타사암(墮死巖)' 이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누군가에 의해 꽃이 떨어진 바위라는 뜻의 낙화암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 낙화암 절벽 중턱에는 주홍색으로 '落花巖' 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글씨는 우암 송시열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낙화암 절벽 아래에는 아담한 절 거란사가 있다. 절 뒤 바위틈에 고란정(皐蘭井)이 있으며, 그 위쪽 바위틈에 고란초가 서식한다. 백제의 왕들은 이 고란정 약수를 즐겨 마셨는데, 그때마다 고란초 잎을 한 잎씩 띄워 마셨다고 한다. 거기에는 ' 어린이가 된 할아버지' 의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 옛적 소부리의 한 마을에 금실 좋은 노부부가 살았는데, 그들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할머니는 이제라도 회춘하여 자식 갖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어느 날 할머니는 일산(日山, 금성산)에 사는 도사로부터 고란사 뒤 약수와 고란초에 대한 효험을 듣게 된다. 다음날 새벽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그 약수를 마시고 오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저녁이 늦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일찍 할머니는 약수터로 찾아갔다. 한데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웬 갓난아기가 할아버지 옷을 입고 누워 있었다. 할머니는 순간 도사가 약수 한 잔을 마실 때마다 3년씩 젊어진다고 한 말을 할아버지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할머니는 갓난아기를 안고 집에 돌아와 고이 길렀으며, 그 아이는 훗날 나라에 큰 공을 세워 최고의 벼슬인 좌평(佐平)에 올랐다고 한다.

부소산에는 '해를 맞는 누각'인 영일루도 있다. 백제의 왕께서 이곳에 올라 멀리 계룡산 연천봉으로 떠오르는 해를 맞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 밖에도 백마강과 부여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반월루, 부소산의 가장 높은 곳 사자루, 옛 백제 왕자들의 산책로 태자골 숲 등 사비 백제 시대의 숨결이 즐비하다.


 

백제보길(5.5㎞)

부소산성을 내려와 수변공간을 즐기면서 금강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백제보에 이르게 되는데 이 길은 금강의 새로워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백제보 길은 4대강 사업과 연계하여 조성된 장미터널, 찔레터널 등 이색적인 테마거리가 특색이다.

드디어 금강 8경의 하나인 백제보가 웅장한 모습으로 탐방객을 맞이한다. 백제보는 311m로 계백장군이 말을 탄 모습을 형상화하여 사비 백제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그 옆의 금강역사문화관에는 4대강 홍보존, 문화예술존, 금강특화존, 주민 친화존 등이 백마강과 금강에 대하여 친절히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전망 타워는 백마강, 백제문화단지 등 사비 백제를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다.
 

천정대길 (3㎞)

백제보를 둘러보고 나면 다시 백마강교를 건너 천정대로 향하는 산길이 눈 앞에 펼쳐진다. 천정대는 백제 때 재상을 선출하던 곳으로 고대로부터 신성시하여 오던 영지이다. 삼국유사에 보면 호암사에는 정사암(政事巖)이란 바위가 있는데 나라에서 재상을 뽑을 적에 후보자 3, 4명의 이름을 적어 함봉하여 이곳 바위 위에 두었다가 열어 보아 이름 위에 도장이 찍혀 있는 사람을 재상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산 아래 서편 강변에 있는 마을이 호암리이며 그곳에는 백제의 호암사 터가 남아 있다. 절벽 아래에는 임금 바위, 신하 바위라 불리는 솟은 암반이 있다. 이 바위 위에서 임금과 신하가 각기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기원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이 같은 전설과 기록은 백제가 천명을 중히 여기고 그것을 받들어 정치를 베풀었음을 보여준다. 천정대에서 백마강을 바라보면 청양 쪽으로는 왕진 나루를 볼 수 있으며 부여 쪽으로는 백제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잠시 멈춰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 마음속에 자연의 흐름을 담을 수 있다.
 

문화단지길 (1.9㎞)

옛 백제 왕궁과 마을을 재현해 놓은 '백제문화단지'
옛 백제 왕궁과 마을을 재현해 놓은 '백제문화단지'

천정대를 돌아 내려오면 백마강교 하류 쪽으로 백제문화단지 길이 시작된다. 이 탐방로 가까이에는 2천석 규모의 수상 공연장이 위치하고 있는데 부소산성과 금강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어 새로운 관광 명소로도 손색이 없다. 백제문화단지는 백제의 옛 도읍지인 부여가 1993년 백제 문화권 특정 지역으로 지정된 이래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6904억 원을 들여 330만㎡ 규모로 옛 백제의 왕궁과 마을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백제 시대의 생활상을 재현한 사비성에는 왕궁 및 능사, 생활문화 마을, 위례성, 고분 공원, 역사문화관 등이 들어서 있고 교육시설로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콘도미니엄인 롯데 부여리조트와 백제문화제기념관, 부여 국악의 전당이 자리하고 있다. 충청남도와 롯데그룹은 앞으로 스파빌리지, 명품 아웃렛 및 테마파크, 골프장 등을 건설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레저?휴양?쇼핑?체험형과 역사 테마형 복합 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 2010년에는 '700년 대백제의 꿈'이란 테마아래 세계대백제전의 주 행사장으로써 강성했던 해상왕국 백제의 찬란한 문화를 재조명하여 세계에 알린 바 있다.

부여군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야외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문화 도시이다. 특히 백제 사비 시대에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활발한 문화 교류를 통해 세련되고 격조 높은 문화 역량을 펼쳤다.

따스한 기운이 돋는 봄날, 부여 도보여행을 통해 백제의 따뜻한 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윤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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