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어머니… 친자식처럼 대주셔서 감사해"
유족들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겠다"

충북대 어머니로 불리며 자신의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충북대에 쾌척한 신언임 여사가 19일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충북대 어머니로 불리며 자신의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충북대에 쾌척한 신언임 여사가 19일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향년 91세의 나이로 지난 19일 세상을 떠난 '구두쇠, 억척 할머니' 소리를 들으며 충북대 학생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웠던 '충북대 할머니이자 어머니'인 고 신언임 여사.

신 여사가 잠들어 있는 충북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을 찾아가던 지난 20일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하늘도 신 여사의 영면을 애도하는듯 했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컸던 신 여사를 위해 충북대는 그녀의 영정사진도 지난 2011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명예 행정학박사를 수여받았을 당시 박사모를 쓴 사진으로 준비했다.

충북대 관계자는 "늘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이 있으셔서 가시는 길 당당하고 멋있게 가시라고 박사모 쓴 사진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신언임 여사의 빈소에 늘어선 조화들. / 이지효
신언임 여사의 빈소에 늘어선 조화들. / 이지효

그녀의 빈소에는 신 여사의 친척들과 고창섭 충북대 총장을 비롯한 학교 교직원, 특히 신언임 장학금을 받아 학업의 길을 이어갈 수 있었던 장학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993년 1호 장학금을 받은 선배 학생부터 신 여사의 후원을 받아 장성한 졸업생들이 19일부터 20일까지 꾸준히 방문해 그녀의 가는 길을 함께해 줬다.

특히 신 여사를 '제2의 어머니'로 생각하며 신언임 장학금을 받아 현재는 서울 한 법무법인 변호사로 근무하는 나도 변호사는 상주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신언임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치고 장성한 나도 변호사가 신 여사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 이지효
신언임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치고 장성한 나도 변호사가 신 여사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 이지효

나 변호사는 신 여사가 생전에 늘 한달에 한번, 명절때, 청주에 올때마다 신 여사를 찾았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제가 상주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 변호사는 "제가 갈 때마다 얼마나 잘해주셨는지 모른다"며 "저에게 신언임 어머니는 나이로는 할머니 벌이지만 어머니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어머니 덕에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었다"며 "감사하고 진심으로 또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이 없다"며 흐느꼈다.

나 변호사는 "우리 어머니께서는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모두 자식들로 생각하고 우리끼리도 서로 인연을 맺어주신 분"이라며 "신부전증으로 일주일에 세번씩 투석하셨는데 이제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 여사의 유족도 "자신은 정말 검소하게 살아오셨지만 돈이 필요한 곳에는 크게 내놓으셨던 분"이라고 밝혔다.

신 여사의 빈소를 지켜본 충북대 관계자들은 "신언임 장학생 수혜자들이 모두 아들 딸들로 친자식은 없지만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겠다"며 "각처에서 잘 키운 자식들이 모여 이렇게 보내드리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실 것"이라고 전했다.

22일 오전 9시 30분 충북대병원에서 발인 해 오전 10시 충북대 본관 대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영결식에도 신 여사의 충북대 아들 6명이 운구에 모두 참여할 예정이다.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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