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마술의 세계 넘어 '꿈·희망 메세지' 담긴 공연 만들 것"

편집자

청주시 상당구 사직대로 379, 지하에 위치한 '더 퍼포머 마술극장'은 20년차 경력의 마술사로 활동중인 고두영 대표가 운영하는 소공연장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마술공연으로 청주에서는 일찌감치 입소문이 난 공연기획자이기도 한 그는 다양한 콘셉트, 메시지를 고민하며 눈뜨고 하루일과를 마칠 때까지 마술만 생각하는 천생 마술사다. 지난 20일 주말공연 직후 고두영 대표를 만나 소공연장 운영과 마술에 대한 열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지난 20일 눈이 비처럼 내린 토요일 오후, 좁은 계단을 따라 들어선 더 퍼포머 마술극장은 방금 마술로의 환상여행에서 현실로 도착한 모습이다. 키즈매직쇼를 표방하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마술을 선보이는 그는 청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토박이다. 미국에 사는 이모댁에 놀러갔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진 마술쇼에 반해 학창시절 내내 마술에 빠져살았고, 그의 부모님은 그가 일찌감치 찾은 꿈을 묵묵히 도우며 응원했다. 지난 2020년 폐교된 동부산대학교 매직엔터테인먼트과를 졸업한 그는 마술계 아버지로 불리는 재일교포 안성우(유지야스다) 마술사에게 배웠다. 수많은 후학을 양성한 그는 각각의 특성을 살린 마술을 찾도록 했으며 고두영 대표는 면도칼을 활용한 마술로 특화하도록 도왔다. 청주시 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이후 청주 개신동에서 마술극장을 옮긴 이후 일년간 어떻게 운영해왔을까.

"안성우 마술사님은 지난 2021년에 별세하셨다. 이은결, 최현우 마술사도 선생님으로 부르는 분으로 한국 마술계 발전에 큰 획을 그으신 분이다. 대나무전통우산과 비둘기마술, 공중부양마술, 면도칼 먹는 마술을 배웠고, 돌아가시기 직전에 3명에게 선물을 주셨는데 이은결 마술사님과 제가 선물을 받게 됐다. 고등학교때부터 마술대회 출전을 많이 하게 됐고 동부산대학교에서 한번 빼고 줄곧 수석을 차지했다. 지난 2015년때 중국 베이징 창핑 세계 마술대회에서 1등을 했고 상금으로 보증금을 내고 사무실을 내게 됐다. 현재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친누나가 거주하고 있어서 그쪽에도 사무실을 내고 운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대극장 마술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나만의 메시지를 담은 마술을 하고 싶어서 소극장 마술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다른 마술사분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도록 구상중이다."

고두영 대표는 수익성은 차치하고라도 지난해 100일, 올해 130일의 공연일수를 채워야 하는 조건들 속에 애로사항은 없었을까.

더 퍼포머 공연장 내부 전경. / 박은지
더 퍼포머 공연장 내부 전경. / 박은지

"우선 이 사업의 취지가 원도심 활성화에 있다보니 여러가지 조건들을 충족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대표는 수익이 나도 가져갈 수 없는 구조다. 100만원대에 달하는 임대료 내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취지가 좋아 참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기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때는 지하에 위치한 공연장 특성상 침수피해도 났다. 새벽 3시께 관리인분께 전화를 받고 며칠동안 부모님과 공연장 벽과 바닥의 물기를 닦아낸 기억도 난다. 같은 건물에 작은 교회도 함께 입주해있는데 방음을 했음에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배시간이나 찬양연습 시간에는 공연시간을 조율하고 있다. 전기시설 부분도 입주해 만들었다는 이유로 오롯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선정 이후에도 고민이 커서 포기하려고 했다. 시작단계이지만 예전 소극장을 기억하시고 찾아와 주시는 관객분들과 입소문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시고 있다.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은 쉬지 않았다. 원도심 활성화를 차원에서 청주마술극장을 알리기위해 다양한 마술사 섭외와 어린이를위한 키즈매직쇼, 버블매직쇼뿐만 아니라 성인 가족 커플을 위한 더 초이스 멘탈매직쇼 등 성인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후배인 64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김준표 마술사도 이 공연장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마술배우기 체험전 등으로 운영을 이어왔다. 공룡애니멀쇼, 키즈매직쇼 등은 입소문이 나서 관객들이 꾸준히 보러 와 주신다. 마술극장이 다양한 체험거리와 볼거리가 있다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마술극장도 병행운영하고 출장공연부터 지자체 축제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마술을 선보이고 있는 그에게 20여년간 마술외길 인생을 걸어온 연유에 대해 물었다.

"이모부가 외국분이셨는데 제 귀 뒤쪽에서 용돈을 만들어서 주시는 마술을 보여주셨다. 어린시절 미국에 사시는 이모댁에 놀러가서도 TV에서 방영한 마술프로그램만 봤다. 중2때 마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마술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어떤 분야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분야의 발전이 세계적으로 이뤄진다는 생각에 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마술을 이어나가고 싶다. 무대에 서는 사람은 약에 중독된 것처럼 다시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다. 무대에서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신기함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수리수리 마수리라는 주문보다 더 좋은 주문은 '나는 할 수 있다', '잘하고 있어' 등이라는 것을 어린이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성인분들에게도 이런 평범한 구호가 필요한 순간들이 많다."

고두영 더 퍼포머 대표가 마술공연에 함께 출연하는 앵무새와 무대에 서서 대화하고 있다. / 박은지
고두영 더 퍼포머 대표가 마술공연에 함께 출연하는 앵무새와 무대에 서서 대화하고 있다. / 박은지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마술공연, 현장에서 관객들과 자주 대면하는 그에게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은결 마술사의 경우 일루셔니스트(The Illusionist)라고 명명하면서 '상상연출가'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만난 관객들 중 마술공연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몰라서 그러시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일수도 있는데 하나는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 또 하나는 믿을 수 없다는 강한 불신을 보게 된다. 면도칼 공연 중에 한 관객이 '이거 가짜죠?'라면서 실제로 면도칼을 입에 넣으려고 하셨던 일이 있어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공연 중에 관객들에게 확인을 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항상 관객들의 안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마술을 매개로 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고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했다.

"세계마술올림픽 '피즘(FISM)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으나 꼭 한번 도전하고 싶다. 그곳에서 좋은성적을거둔 한국마술사들이 많으나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같아 아쉽고 마술이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길 희망한다. 아직까지는 이은결, 최현우 마술사만 알려진 게 현실이다. 제 공연을 대중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극장공연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외부 행사가 모두 중단되면서 비대면 영상촬영을 통해 한계를 느끼게 됐고 1년동안 서울로 매체연기를 배우러 다녔으며 꾸준히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에서 전달하는 방식이나 화법 등에 대해 노력했다. 현재는 방송 마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전재산 털어서 마술도구 구입하는데 투자했다. 마술도구 하나 구입하는데에만 4만불씩 지출되기도 하고 구입후 보관창고도 마련해야 한다. 당분간 결혼은 못할 것 같다. (웃음). 마술이 신기함에서 벗어나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광복절 마술' 등의 테마도 짰다.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카드마술과 결합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앞으로 마술을 통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 기대해달라." 

#고두영 마술사 약력

-청주 한벌초, 청주중, 오창고 졸업
-동부산대학교 매직엔터테인먼트과 졸업
-마술사 안성우(유지야스다)사사
-국회의사당 사랑나눔 콘서트(2008)
-청주매직페스티벌 수상(2008)
-동아인재대 전국마술대회 피플초이스 수상(2009)
-동아인재대 전국마술대회 대상+피플초이스 (2관왕)(2010)
-부산국제 매직페스티벌 수상(2010)
-한국방송예술진흥원 마술대회 수상(2010)
-영국 블랙풀컨벤션 코리아 갈라쇼(2011)
-미국 IBM컨벤션 코리아 갈라쇼 출연(2011)
-베이징 창핑 매직 페스티벌 갈라쇼(2015)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