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실타래처럼 얼키고 설킨 삼류 정치소설을 읽는 듯하다. 대한민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그렇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들이 버젓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사태는 엄청난 게이트로 번지며 대한민국을 벌집 쑤셔놓은 듯 온통 뒤집어놓고 있다.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은 정치, 경제, 문화, 체육 등 각 부문 별로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정권의 중심인 청와대가 대통령의 최순실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

마치 우리 손으로 뽑지 않은 또 한명의 대통령이 존재했던 듯하다. 매일 새롭게 드러나는 사실과 의혹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이다. 이제 웬만한 뉴스에는 놀라지도 않을 정도로 내성마저 생겼다. 100만 인파가 참여한 광화문의 촛불파도는 국민들의 분노가 어느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들은 어느 단체처럼 일당을 받고 동원된 사람들이 아니다. 가슴에 차오르는 울분을 억제하지 못해 자발적으로 거리로 뛰쳐 나온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의 상징부인 청와대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다는데서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민들의 자존감은 무너질대로 무너졌고 허탈감과 상실감, 자괴감 등 어떤 단어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표현하기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3년 간 참석해온 APEC 정상회의마저 불참할 정도로 국제적인 신뢰마저 바닥이 됐다.

그는 자신에게 등을 돌린 측근들을 '배신'과 '배반'이라는 단어로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던 국민들은 그로부터 철저히 유린되고 배신을 당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보여준 태도는 다시 한 번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만들었다. 그의 눈빛에서 이번 정권의 뻔뻔함과 오만함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권력의 무상함을 경험하지 못한 아주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최소한 이번 촛불시위를 바라본 국민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쳐진다.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대통령은 막상 검찰이 대면조사를 벌이겠다고 하자 변호사를 통해 버티기에 들어갔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깊어질대로 깊어진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아예 폭풍전야다.

야당 역시 제 역할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야당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각자 여론의 눈치만 보는 듯하다. 온 나라가 이지경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선출직 지도자들의 주변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시·도의원에 이르기까지 선출직 지도자들의 주변에는 대부분 선거를 도와준 비선조직이 존재한다. 이들은 권력 주변을 맴돌며 작은 끈이라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른바 선거지원에 대한 보상심리다. 또 이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이해관계로 맞물리면서 각종 비리가 생겨난다. 이같은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은 선출직들이 주변인들을 잘못 관리했기 때문이다.

국가경영이나 지자체 경영을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사유화해 움직이려는 선출직 지도자들의 치명적인 오류다. 자기 스스로 공인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을 선택해 준 유권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다. 이번 사태가 선출직들의 주변 관리에 대한 인식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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