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최동일 부국장 겸 음성·괴산주재

최동일 음성·괴산주재 기자

[중부매일 최동일 기자] '대통령 탄핵 정국'을 몰고온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소식들이 연일 TV 등 언론을 장식하면서 허울뿐인 권력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사 손 안댄 곳이 없을 정도로 현란하게 막강한 칼날을 휘둘렀던 권력이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표현처럼 그 끝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려함에 취해 권력의 무게를 잊고 지내다보면 종국(終局)에는 참담한 상황을 맞게 된다는 역사(歷史)의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게이트와 관련된 보도가 더해지면서 농단의 주역들과 함께 권력의 향기에 빠져 남의 장단에 춤을 춘 꼭두각시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들 또한 권력의 달콤함을 즐기느라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등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았음도 드러나고 있다.

꼭두각시는 우리나라 전통 민속인형극에 나오는 여자인형으로 남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인형을 말한다. 조종자의 의중과 손짓에 따라 인형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연하는 꼭두인형을 대표하는 꼭두각시는 스스로의 주관이나 생각에 따르지 않고 남의 손에 놀아나는 사람들을 빗대어 말할 때 쓰인다.

꼭두인형극을 다른 말로 '덜미'라 부르는데 조정자들이 인형의 목덜미를 잡고 노는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목덜미는 온 몸의 움직임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부위지만 한 손아귀만으로 제압이 가능할 정도로 취약하기도 하다. 그만큼 주의와 노력을 갖고 지켜야만 한다.

눈앞의 달콤함에 취해 그런 목덜미를 남에게 맡긴 이들에게는 이제 참혹한 대가만이 기다리고 있다.

10년 아성을 이룬 임각수 군수가 최근 불명예 퇴진한 괴산군에 '건설공사 수의계약'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역의 일부 특정 건설업체들이 군청 등에서 발주한 수의계약의 상당수를 독차지함에 따라 불거진 이 문제는 지역에서는 이미 전부터 거론되던 사안이었다.

이 문제가 최근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데에는 임 군수의 낙마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변은 물론 당사자들도 쉬쉬하고 있던 일들이 임군수 낙마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빗대 몇몇 인물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의 종말이 연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벌어질 다음 일들을 예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조정자의 손을 떠난 꼭두인형들은 겉은 멀쩡하지만 아무 일도, 역할도 할 수 없는 헛것 즉, 허깨비나 다름없다. 꼭두인형의 '꼭두'가 남에 의해 움직이는, 실체가 없는 괴뢰(傀儡)의 가면을 뜻하는 몽골어에서 왔다고 한다. 이처럼 무대를 떠나, 조정을 받지못하는 꼭두인형은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허깨비 신세가 되는 것이다. 괴산의 건설시장에서 벌어진 꼭두각시놀음의 실체는 지난해 한차례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음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엇도 진실을 피해갈 수는 없다. 허깨비가 된 꼭두인형들의 목덜미는 조정자의 손길이 떠나는 순간이 가장 취약한 시점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가운데 끝나버린 공연에서 조정자를 잃어버린 꼭두인형들은 스스로 상황을 정리하지 못하고 얽히고 설킬 수 밖에 없다. 혼란은 틈새를 낳고, 틈새는 감춰지고 덮여져 있던 것들을 드러내게 된다. 침몰하지 않는 진실은 '세월호'뿐만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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