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주 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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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의 문신이자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18세기 실학을 집대성하고 발전시킨 개혁적인 선진사상가였다. 그의 저서 '목민심서'는 지방의 수령들이 지켜야 할 일들과 윤리적 각성을 다루고 있다. 베트남의 고(故) 호찌민 주석은 생전에 다산의 목민심서를 탐독했고 항상 몸에 지녔으며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다산 정약용을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산을 존경했던 호찌민 역시 많은 베트남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죽어서까지 베트남의 국부(國父)로 인정받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이처럼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목민관들에게 지침이 되며 고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목위민유호'(牧爲民有乎-통치자는 백성을 위하는 일을 할 때만 존재 이유가 있다)라고 했다. 그는 지방관리가 갖춰야 할 덕목을 아주 조목조목 제시했다. 지방관리로 지칭했지만 '목민심서'의 내용들은 현재의 모든 지도자에게 공통의 덕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여기서 "백성을 위해 일하는 목민관이 대중을 통솔하는 길은 위엄과 신용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위엄은 외적으로 비쳐지는 근엄함이 아니라 평소 정직하고 올바른 행동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위엄이다. 신용은 무엇보다 진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지도자와 주민들 사이에 신뢰를 통한 보이지 않는 소통이야 말로 가장 굳건한 연결고리다. 현재 대한민국 전체가 최순실게이트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이는 바로 위엄과 신용을 갖추지 못한 채 무늬만 지도자인 사람들이 국가를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탄핵소추 대상이 된 대통령은 물론, 수갑을 차고 고개를 숙인 채 TV 화면에 줄줄이 나타나는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 장·차관 등.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착잡하다.

이런 리더들이 지배하는 조직은 항상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주민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선출직 정치지도자들은 더욱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들은 다산이 강조한 민중 본위의 봉사정신, 즉 애휼정치(愛恤政治)를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일단 선거에서 당선되면 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일이 다반사다. 다음 선거를 위해 얄팍한 정치행위로 주민들을 기만하기도 한다. 그저 득표에 도움이 되는 눈가림식 정치나 행정을 펼치는 것이 바로 그 경우다. 이는 주민들을 봉사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선거를 위한 도구 정도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지자체에서 전시성사업이나 행사를 통한 혈세 낭비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현실성 없는 계획으로 예산만 투입하고 무산된 사업이나, 사업성을 고려치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다 중단된 사업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전임 지자체장들이 저질러 놓은 뒷치닥꺼리를 하다 임기를 모두 보내야 할 판이다. 딱히 누구라고 지칭할 것도 없다. 정도 차이일 뿐, 대부분이 도토리 키재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구철 기자


다산은 백성이 통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백성의 뜻이라면 왕도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산의 주장이 현실로 다가와 있는 대통령 뿐 아니라 모든 지도자들이 되새기고 곱씹어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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