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2002년부터 2005년 무렵 한나라당 충북도당(현 새누리당)은 '혹한기'를 보냈다. 1997년 12월 대선에서 이회창 총재가 DJ(새정치국민회의)에 낙선한 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차례로 패배한 여파가 겹쳤던 탓이다. 1998년 6.4 지방선거(제2회)에서 한나라당은 충북에서 당선자를 한명도 못낼 정도로 전멸했다. 열세를 면치 못했던 야당은 여당(새정치국민회의)이 된 후 청주(나기정)를 장악하는 성과에다 옥천(유봉렬 군수)까지 챙겼다. 자민련은 비청주권 6개 지자체(제천 권희필·청원 변종석·영동 박완진·음성 정상헌·진천 김경회·괴산 김환묵)를 휩쓸었다. 무소속도 충주(이시종)와 보은(김종철)에서 당선됐다. 지방의원 역시 자민련 일색이었다.

야당이 된 한나라당은 2000년 4월 16대 총선에서 충북 7개 선거구 중 3석(청주 흥덕 윤경식·청원 신경식·남부3군 심규철)을 건지는 데 머물렀다.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는 청주시를 비롯한 5개 시·군 단체장 당선자를 내 그마나 활력을 찾는 듯 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대선에 다시 노무현 후보에 이회창 후보가 거푸 지자 당의 미래는 어둡기만 했다.

지지층이 자민련과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이탈하면서 변하기 시작한 정치지형은 '한나라당이 '동토(凍土)'로 고착화되는 듯 했다. 만년 여당에 익숙했던 당직자나 당원 모두 '찬밥 대접'을 받아 '이런 게 야당이구나'라는 걸 뼛속까지 체감할 수 있었던 시점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 당사는 '개미 새끼' 한마리 찾지 않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한산했다. 당직자들은 "한달이 지나도록 찾는 당원이 없을 정도"라고 푸념하곤 했다. '몰락'에 가까운 '부진'을 과연 회복할까 기대 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일부 핵심 당직자들은 "다시 당원들이 몰리는 날이 있을 것"이라며 위안했던 모습도 봤다. 작고한 최영호 전 사무처장 이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한나라당 소속 지방의원은 물론 단체장들도 몇푼 안되는 당비조차 내지 않았다. 그래서 도당 당직자들이 몇 안되는 단체장들을 찾아 당비 납부를 사정해야 했다. 일부 단체장은 "당이 내게 뭘 해줬냐"며 문전박대 하듯 했다고 한다. 현 새누리당 충북도당 송태영 위원장이 이런 '궂은일'을 했다.

한나라당은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춘풍'을 맞게 된다. 당시 청주권은 공천을 받겠다는 이들이 '부나방'처럼 몰렸다. 도당 당사에서 '분신 퍼포먼스'와 집회, 소송까지, 연일 '장날' 이었다. 한나라당은 청주시장을 비롯해 충북 5개지역 단체장을 당선시켰다. "대선에서 이기려면 이 정도가 좋다"며 여유를 부릴 수 있던 때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귀국을 앞두고 이미 두 조각 난 새누리당은 과거 전처럼 '탈당 러시'를 이루고 있다. 충북 역시 상당수 여당 국회의원들은 탈당을 하더라도 반 전 총장과 명운을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다. 언제 당원들이 '썰물'처럼 빠질지 모르는 형국이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충북 뿐만 아니라 '보수의 심장' 영남권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무책임한 행태는 두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박근혜 잔상'이 대선에 불리하다해서 새누리당이나 보수진영이 '딴살림'을 차린다면 과연 미래가 있겠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선 이전 '개헌' 필요성이다. '승자독식·패자독박'의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여·야, 보수·진보 할 것없이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거듭하는 'DNA'는 언제든 등장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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