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중부매일 공동기획] ①야쿠르트 아줌마 정영자씨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고아원에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소녀 주디에게 나타난 '키다리 아저씨'처럼 중부매일은 가난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기부자 이야기를 연재한다. 절망은 도처에서 기웃거리는 어두운 그림자와 같다. 얼굴 없는 기부천사들이 없다면 말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저소득 가정 아이들의 키다리 아저씨, 키다리 아줌마가 되어달라는 메시지, 그것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충북지역본부와 공동 기획한 연중기획 '기부 스토리'의 시작 배경이다. / 편집자

매일같이 용암동의 골목골목을 누비는 정영자(48)씨는 이곳 주민이라면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야쿠르트 아줌마다.

청주 청운중학교 앞 영운천을 건넌 지점부터 용암동 건영아파트까지가 정씨의 배달구역. 야쿠르트 배달은 이번 달로 꽉 채운 5년이 됐다.

하루 일과는 매일 아침 8시에 시작해 오후 1시에 끝난다. 찬 음료를 찾지 않는 겨울은 1년 중 가장 대표적인 비수기.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를 찾는 분들이 많아 오후 4시까지도 일을 하지만 겨울에는 찾는 사람이 없어 일찍 퇴근합니다."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는 수입과 직결됐다. 요즘 같은 겨울철엔 월급으로 100만원을 가져가기도 빠듯하다.

유동인구가 많고 넓은 구역을 배정 받은 야쿠르트 아줌마들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렇게 번 돈은 한 달 생활비와 3남1녀를 위한 교육비로 쓰인다. 그리고 생활비 가운데 매달 5만원 이상을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에 사용하고 있다.

큰딸과 둘째·셋째 아들 이름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후원을 시작한 지 올해로 2년다. 타 기관을 통해 막내아들 이름으로도 기부하고 있다.

"남편은 광고 일을, 저는 야쿠르트를 배달하면서 맞벌이를 하고 있어요.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올해 스물네 살이 된 큰 딸과 중학교에 진학한 막내아들은 틈만 나면 여동생 타령을 했다. 또 다시 낳아 키울 수 없어 시작된 고민이 기부다.

마침 배달 구역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가 있었다.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마음을 보태기로 했다.

"비록 소액이지만 가족들 개개인 이름으로 후원을 하고 있어요. 한 사람당 1만원씩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니까 주변에서 많이 호응해줬죠. 그렇게 우리 가족들 이외에도 지인 몇몇 사람을 후원회원으로 추천해 등록시켰어요."

영자씨는 돈이 많은 특별한 사람들만 기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기부라는 게 여유가 있다고 해서 하고, 없다고 안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의지와 마음의 문제죠."

들쭉날쭉한 수입, 여섯 가족 생활하기도 버거운 환경에서 아이들은 엄마가 고생해서 번 돈을 후원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처음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이름으로 후원하는 걸 뿌듯해 했죠. 동생 같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니까요."

이름보다 '아줌마'라는 호칭이 익숙하고 편안하다는 정영자씨는 지역 주민들과 더 자주,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오토바이가 아닌 손수레를 끌고 다닌다.

독거노인이 사는 집에는 월·수·금 야쿠르트를 배달하며 어르신의 안녕을 챙기고, 골목골목 이웃들의 소소한 사연을 나누며 정을 쌓아간다.

우유와 야쿠르트가 든 손수레를 길거리에 두고도 집에 다녀올 만큼 이웃들에 대한 영자씨의 신뢰와 기대는 남다르다.

"고아원에 가보니 부모가 있는 우리집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겠더라고요. 저는 믿어요. 가난한 삶 속에서 절망하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줄 숨은 후원자들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요.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매월 1만원 정기후원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은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지금 후원하기(http://bit.ly/15SuVRw) (043-258-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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